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미술 다시 보기]라오콘의 발견

서울경제 2022. 08. 11. 08:00 18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폐허는 지적 탐구의 대상이었다. 새로운 고대 유적의 발견과 계몽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당대 프랑스인들은 폐허가 지닌 역사적 가치에 주목했다. 이들은 문헌 자료처럼 폐허 상태의 건축물 또한 과거에 대한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 지식인들에게 폐허는 인류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자 역사의 증거물이었다. 인류 역사가 투영되어 있는 폐허의 공간은 지나간 옛 문명의 영광을 현재 세대에게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인류가 시도한 모든 노력들이 결국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허망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18세기 프랑스 화단에서 이러한 폐허의 미학을 가장 잘 구현한 화가는 위베르 로베르였다. https://news.v.d..

권력보다 예술[이은화의 미술시간]〈227〉

동아일보 2022. 08. 11. 03:01 왕이 되지 못한 왕자의 운명이 평탄한 경우는 드물다. 형제가 많을수록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이 있기 마련이다. 스웨덴 국왕 오스카르 2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에우옌 왕자는 권좌를 탐하는 대신 예술을 택했다. 파리로 미술 유학을 다녀온 후 풍경화가로 입지를 다졌다. 에우옌 왕자는 화가이자 동료 예술가들의 후원자로 살고자 했으나 유혹이 없는 건 아니었다. 28세가 되던 1893년, 노르웨이 국왕의 적임자로 추천됐다가 아버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그림은 그해 여름 스웨덴 남동부 순드비홀름 성에 머무는 동안 그렸다. https://news.v.daum.net/v/20220811030104593 권력보다 예술[이은화의 미술시간]〈227〉 권력보다 예술[이은화의 미..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40] 노르웨이의 국민 그림

조선일보 2022. 08. 09. 03:04 노르웨이 화가 하랄트 솔버그(Harald Sohlberg·1869~1935)는 1899년 4월, 론다네 고산지대에서 스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다 기차에서 내다본 풍경을 스케치해뒀다. 파도가 일렁이듯 겹겹이 이어진 산마루는 높지만, 그 모양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둥글 부드럽다.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한밤인데도 어둡지 않고 푸르게 빛난다. 하늘 한가운데 또렷이 박혀 있는 샛노란 금성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강인하게 솟아오른 침엽수를 빼고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흔적이 거의 없이 고요한 겨울 풍경이지만 매섭다기보다는 온화하고 신성한 대자연의 기운이 느껴진다. 화가는 오른쪽 제일 높은 산봉우리에 십자가를 그려 넣었다. https://news.v.daum.ne..

[박일호의미술여행] 정신의 빛을 갈망하는 밝은 색채

세계일보 2022. 08. 05. 22:30 장마와 태풍이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비와 함께 한 주를 보냈다. 간간이 폭염까지 겹쳐 마치 열대지역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눅눅한 주변을 보송보송 말려줄 햇빛이 그리워지는 지금 ‘태양의 화가’로 불리는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려 본다. 고흐는 신교국인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가족 대부분이 성직자였기에 어려서부터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림 세계에 접한 것은 삼촌들이 경영하던 헤이그의 화상 점원으로였고, 그 후 브뤼셀과 런던을 거쳐 파리로 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시대 과학문명의 발달에 대한 사회적 맹신이 종교, 도덕 같은 정신문화를 황폐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https://news.v.daum.net/v/20220805223..

여성 화가의 시선[이은화의 미술시간]〈226〉

동아일보 2022-08-04 03:00 미술의 역사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보이는 객체이자 그려지는 대상이었다. 보는 주체나 그리는 화가는 늘 남성이었다. 하지만 19세기 프랑스 화가 베르트 모리조는 달랐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남편을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많은 남성 화가들이 아내를 뮤즈 삼아 그렸듯이 말이다. 모리조는 인상주의 그룹에서 활동했던 세 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국립미술학교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부유하고 예술적인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개인 교습을 받아 화가가 되었다. 로코코 미술의 대가였던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후손답게 23세 때 처음으로 파리 살롱전에 당선된 이후 여섯 번이나 잇달아 입선하며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https://news.v.daum.net/v/2022080..

2000년 동안 몰랐다..'로마 조각상' 놀라운 진실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한국경제 2022. 07. 30. 07:35 여기 두 조각상이 있습니다. 왼쪽은 바티칸박물관에 소장 중인 ‘프리마포르타의 아우구스투스상’입니다. 서기 20년경 로마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를 조각한 이 작품은 로마 미술의 손꼽히는 걸작입니다. 근사한 개선장군의 옷을 차려입고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제국의 영광을 선포하는 아우구스투스의 모습이 위엄 넘치네요. 그럼 이제 시선을 강탈하는 오른쪽 조각을 얘기해 볼까요. 왼쪽 조각에 색을 입혔을 뿐인데 영 시원찮네요. 초등학생이 장난으로 물감을 칠한 것 같기도 하고, 망해가는 놀이공원에서 색이 벗겨져 가는 싸구려 조형물 같기도 하고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파비오 배리가 남긴 코멘트가 걸작입니다. “너무 촌스러운데요. 여장남자가 택시를 잡으려는 ..

추상화에 서예·풍경화 가미한 '추상 자연'

매경이코노미 2022. 07. 29. 12:00 [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추테춘 서양 유화를 받아들인 근대 아시아 화가들에게 가장 큰 마음의 짐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아시아 예술가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시각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서양화가들과 구분돼야 한다는 점이었으리라. 이는 중국의 근대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가운데 서예와 중국 전통 풍경화에서 새로운 회화의 해답을 찾아 중국 회화 기법과 서양 추상화를 혼합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 오늘날 자오우키와 더불어 중국 추상화의 대가로 추앙받는 이가 추테춘(Chu Teh-Chun, 1920~2014년)이다. https://news.v.daum.net/v/20220729120032955 추상화에 서..

속임수에 빠진 청년[이은화의 미술시간]〈225〉

동아일보 2022. 07. 28. 03:01 술, 도박, 여자! 남자를 유혹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3종 세트다. 이 세 가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추락한 남자가 어디 한둘일까. 고대 신화나 성경뿐 아니라 현대의 일상 속에서도 그런 남자 이야기는 흔히 접할 수 있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는 한 부유한 청년이 유혹의 덫에 걸려든 장면을 그림으로 남겼다. https://news.v.daum.net/v/20220728030126551 속임수에 빠진 청년[이은화의 미술시간]〈225〉 속임수에 빠진 청년[이은화의 미술시간]〈225〉 조르주 드 라투르 ‘다이아몬드 에이스의 속임수’, 1636∼1640년.술, 도박, 여자! 남자를 유혹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3종 세트다. 이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