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일사일언] 진짜 '실크로드'

바람아님 2015. 3. 10. 15:38

(출처-조선일보 2015.03.10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사진

얼마 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올해 정책의 주요 키워드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제시했다.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기존 실크로드에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더해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15세기 유럽의 신대륙 발견 이후 최근까지 국가 간 교류는 주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21세기 들어서면서 

교류의 중심으로 다시 유라시아가 등장하며 실크로드는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역사를 보면 실크로드를 장악한 나라가 유라시아의 패권을 

차지했다. 흉노에 열세였던 한나라는 흉노가 장악한 초원로드를 우회하여 사막을 

관통하는 실크로드를 개척해 흉노를 꺾었다. 실크로드가 최고로 번성했던 당나라 때 

중국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19세기 이후 유럽 열강들도 실크로드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20세기에 

중앙아시아를 분할했던 중국과 소련은 세계사의 한 축을 이루었다.


실크로드는 실제 살기엔 좋은 곳이 아니다. 사막과 초원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땅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주고받으며 부를 쌓을 수 있는 원천이 실크로드였기에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이 길을 이어갔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최근 한국도 실크로드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경주를 중심으로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대규모 학회와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신라를 중심으로 '우리 고대문화의 기원지'라는 다소 막연하고

낭만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실크로드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공한 연구자들도 매우 적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지난 100여년간 체계적으로 전문가들을 양성하며 실크로드 연구를 

축적해 왔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교류의 주도권을 가지는 21세기에 막연한 열정과 한국인의기원 찾기만으로 실크로드에 접근하는 것은 사막의 신기루를 찾아가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