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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서 '재벌놀이' 오해받은 "아빠 미안해" 거대 조명광고

바람아님 2015. 12. 28. 00:38
연합뉴스 2015-12-26

"고향 못간 샐러리맨들 마음 담은 무료 공익광고"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성탄전야인 지난 24일 중국 상하이(上海)의 관광명소인 와이탄(外灘)에서 한 건물이 '아빠, 미안해'(파<父+巴>, 對不起)라는 중국어 문구로 불을 밝혔다.

와이탄 북부의 여객선 터미널인 국제항무(港務)센터에 폭 78m, 높이 88m의 LED 조명으로 불밝힌 '사상 최대'의 사과 광고였다. 주변 건물의 광고 가격이 일주일간 하루 15초씩 30차례 조명을 밝히는데 9만5천 위안(1천7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싼 사죄 광고였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곧바로 "철부지 재벌2세가 아버지 돈으로 쓴 사과 편지", "아버지를 또다시 곤경에 빠뜨리겠군", "아버지가 보기라도 하겠느냐"는 성토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얼마나 큰 잘못이길래 저렇게 큰돈을 써가며 사과하느냐"는 호기심어린 글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결국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남성이 26일 인터넷에 고향에 오랫동안 가지 못한 자신의 친구 때문에 벌인 일이라고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일이 바빠 지난 3년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던 한 친구가 오랫동안 뵙지못한 아버지로부터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의 소식을 전해듣고 지인들과 뜻을 모아 오랫동안 부모님에게 돌아가지 못한 모든 상하이의 샐러리맨들을 대신해 성탄전야에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는 문구를 내걸기로 했다는 것이다.

건물주인 국제항무센터도 이들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제항무그룹 린자(林佳) 경리는 "'가장 비싼 사죄광고'라는 주장은 지나친 생각"이라며 "돈을 받지 않고 무료 공익광고로 이 문구를 띄웠다"고 밝혔다.


린 경리는 "상하이 샐러리맨들의 마음을 대표하는 글귀"라며 "상하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나 농민공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마음을 이해했기에 이런 문구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일하는 외지 인력들은 통상 1∼2월 춘제(春節·설) 연휴 때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일반화돼 있지만, 상당수는 비싼 열차가격, 먼 거리 등으로 인해 귀성을 포기한다.


린 경리는 "다음 공익광고도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며 "'모든게 다 좋다'(一切都好)라는 말을 올리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