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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를 신은 천재시인' 랭보

바람아님 2013. 5. 29. 09:45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나는 가리라, 보헤미안처럼….”(시 ‘감각’의 일부분)

방랑벽의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그의 37년 삶은 바람처럼 한 곳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떠돌이 인생이었다. 동성 연인 폴 베를렌이 붙여준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란 별명은 사후 그의

상징어가 됐다.

랭보는 프랑스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158년 전 오늘 육군 대위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어머니와의

불화로 집을 떠나면서 결핍감은 어린 시절부터 그를 따라다녔다. 랭보는 불만스러운 환경을 독서로 이겨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초·중등학교 시절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중학교에 다니던 15세 때 처녀작 <고아들의 새해선물>을 내놨다. 그는 자신보다 열 살 많은 시인 베를렌을

흠모했다. 17세 때 보낸 편지를 계기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두 동성 예술가의 사랑은

길지 않았다. 2년 뒤 술에 취한 베를렌의 권총에 부상을 입은 랭보는 파리를 떠났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대표작 <지옥에서 보낸 한철>을 끝으로 절필했다. 19세까지 4년간 100편에 가까운 시를 쏟아낸 뒤

시인으로서 삶은 마감했다.

이후 그는 ‘방랑자’ 그 자체였다. 북유럽 독일 등을 유랑하다 중동 아프리카에서 무기 밀매상도 했다. 그에게

남은 건 병마뿐이었다. 장티푸스 등으로 고생하다 1891년 마르세유로 돌아와 오른쪽 다리 절단수술을

받았지만 몇 달 뒤 37세로 요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