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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057] 아베는 百濟系?

바람아님 2016. 9. 13. 00:05
조선일보 : 2016.09.12 09:52

조용헌
한국에서 80대의 원로 석학 세 분을 꼽는다면 김동길, 이어령, 김용운 선생이다. 김동길은 조선 선비의 직설(直說)이 있고, 이어령은 기발한 해석, 김용운은 통찰을 준다. 김용운은 '고대한일관계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전한다. 얼마 전 필자와의 대담에서 피력한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晉三)는 그 뿌리가 백제계(百濟系)이다'라는 관점도 그렇다. 아베의 조상을 쭉 거슬러 올라가면 아베노 히라후(阿部比羅夫)가 나온다는 것이다. 고대 일본식 이두 표현법에 의하면 '아(阿)'나 '안(安)'이나 똑같은 의미라고 한다. 아베노 히라후는 663년에 백제의 백강(白江·동진강으로 추정)에서 벌어진 백강전투의 대장이다. 660년에 나당연합군에 부여가 함락되자 분국(分國)이었던 일본 측에서는 본국(本國)인 백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약 500여 척의 배에다가 4만명의 병력을 보냈다. 아베노 히라후는 이 지원군의 총사령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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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결과는 일본 측의 대패였다. 일본에서 백강까지 오는 뱃길이 너무 멀었던 데다가, 현지 상황을 몰라 썰물이 되자 백강의 뻘밭에 일본 배들이 걸려 오도 가도 못하였다. 400척의 배가 불타고 3만2000명이 죽었다. 지금 인구 비율로 환산하면 60만명이 몰살당한 셈이다. 아베노 히라후는 겨우 목숨을 건져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자기 본거지였던 규슈(九州)에는 부하도 없고 영토도 사라져 버렸다. 할 수 없이 도쿄 근처의 나가노(長野)로 근거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나가노의 호타카 신사(穗高神社)에는 히라후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매년 백강전투가 벌어졌던 8월 하순이 되면 두 배가 전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축제가 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근거지는 규슈의 야마구치(山口)다. 히라후의 고향도 이 근방이었다. 규슈는 백제 사람이 몰려 살았던 곳이다. 후에 조슈번(長州藩)이 된 이곳은 번주(藩主)가 모리가(毛利家)였다. 역대 번주들은 자신들이 백제 왕자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밝혀놓았고 무덤도 백제식으로 만들었다는 게 김용운 선생의 지적이다. 야마구치시의 용복사(龍福寺)에 역대 번주의 초상화가 있다. 이 조슈번이 정한론(征韓論)의 발상지이다. 신라에 대한 백제의 원망이 서려 있는 곳이다. 아베는 그 조슈번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