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월드 톡톡] 울고싶은 일본 아저씨 '淚活'로 마음 달랜다

바람아님 2016. 9. 7. 23:55
조선일보 : 2016.09.07 03:00

모르는 사람들 모여 함께 엉엉… 月 2~3회 스트레스 푸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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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3일 오후, 도쿄 신주쿠의 한 회의실에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일본인 남녀노소 30여명이 모였다. 주최 측이 불을 껐다. 5분 분량 잔잔한 동영상 대여섯 편이 잇달아 방영됐다. 컴컴한 방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눈을 훔쳤다.

"10대 시절 홀어머니 속 썩이다 뒤늦게 마음잡았는데 엄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 장례식 때 친척들 얘길 듣고 알았다. 생모는 나를 낳다 돌아가셨고, 고생하며 나를 돌본 엄마는 계모였다는 걸."(자기계발서의 한 대목)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창피해 투정부렸다.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말하고 싶다. '할머니, 미안.'"(가스회사 CF)

이 행사는 모르는 사람끼리 인터넷 공지를 보고 한자리에 모여 다 같이 우는 일명 '루이카쓰(淚活)' 이벤트다. 울어서 스트레스를 떨치자는 취지다. 주로 슬픈 동영상을 함께 본다. 루이카쓰는 2013년 이벤트 기획가 데라이 히로키(寺井廣樹·36)씨가 시작해, 한 달에 2~3회씩 지금까지 150회를 넘겼다.

참가자는 여성이 많지만, 서너 명에 한 명은 남성이다. 첫 이벤트 이후 지금까지 누적 남성 참가자는 3000명을 넘겼다. 대학생이나 노인도 있지만, 주력은 역시 40~50대 중년 남성이다. 옷차림부터 '과장님' '계장님' 느낌이 드는 사람이 다수이다. 이들은 왜 친구나 가족 앞에서 울지 않고 굳이 '루이카쓰'에 참여할까. 데라이씨가 "자기가 울면 친구나 가족이 마음 아파할까 봐 배려하는 것"이라면서 "남자는 회사에서 울면 '약한 인간'이 되고, 집에 가서 울면 아내와 자식이 걱정하니까 여기 온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각종 모임 활동에 '가쓰(活)'를 붙이는데 가령 취업 활동은 슈카쓰(就活), 결혼하려고 이벤트 모임 찾아다니는 건 곤카쓰(婚活)라고 한다. 그 뒤에 나온 게 '루이카쓰'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또다른 이벤트플래너 야마다 쓰토무(山田吐怒無)씨는 "다 같이 모여서 화내는 '도카쓰(怒活)'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