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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각축장 동아시아] 한반도 인근 '물밑 다툼' 심상찮다

바람아님 2014. 3. 8. 22:43
    한반도 인근 해역을 비롯한 태평양이 전략무기인 잠수함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올 1월 핵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슨과 로버트 노리스 박사는 '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Atomic Scientists)'에 공동 게재한 '2014년 미국 핵전력' 보고서에서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1만9000t급)의 정찰작전 가운데 60%가 태평양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미국은 69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1위 잠수함 강국이다. 냉전 시절 구(舊) 소련과 태평양, 대서양에서 쫓고 쫓기는 치열한 잠수함 작전을 전개했던 미국은 이제 세계 2위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대상으로 치밀한 잠수함 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역시 잠수함 전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093형 및 094형 핵잠수함을 속속 일선 부대에 배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보하이(渤海)만에서 094형 핵잠수함 탑재 쥐랑(巨浪)-2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도 했다. 해양 진출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해양방어선을 오키나와, 대만,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제1도련'(섬들로 이어진 사슬)에서 사이판,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도련'으로 확대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해군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잠수함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략무기다. 중국은 68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40여척이 90년대 이후 건조된 최신형이다. 연간 2척씩 건조해온 셈이다. 해상무기 전문가 조나단 타킥은 "2025년이면 중국 잠수함 전력이 태평양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잠수함 보유 규모를 16척으로 제한해 왔던 일본도 2012년부터 22척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디젤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디젤 잠수함보다 장기간 작전 수행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 보유를 고려한 적이 있지만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와 비용,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포기했다. 하지만 일본은 기술적으로는 언제라도 핵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다. 구 소련 시절부터 잠수함 강국의 명맥을 유지해온 러시아는 예산 문제로 핵잠수함 상당수를 퇴역시키거나 해체했지만 최근 2만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태평양 지역에 대한 잠수함 배치를 강화하고 있다.

잠수함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은 군사대국들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까지 12척의 잠수함을 확보할 계획으로 2011년 한국으로부터 1400t급 잠수함 3척을 구매했고 러시아에서 2300t급 중고 잠수함 구입을 추진 중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도 2016년까지 러시아로부터 3000t급 잠수함 6척을 들여오고 잠수함 부대도 창설한다.

미얀마도 2015년까지 잠수함 부대를 창설하고, 호주는 2025년까지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 최신 잠수함 25척을 확보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예외인 곳은 대만이다. 대만은 현재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도입한 노후된 3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대만은 미국 등에 신형 잠수함 도입을 수차례 타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중국의 압력 때문이다.

태평양 지역에 잠수함 전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 해군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잠수함은 은밀하게 접근해 주요 군사 정보를 빼낼 수 있고 기습 공격이 가능한 전략무기다. 중국 주변국들은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을 제어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바닷속의 스나이퍼(저격수)'로 불리는 잠수함이라고 보고 있다. 기밀성과 은닉성에다 최근에는 핵탄두 미사일까지 장착한 잠수함은 해양에서 절대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14년 9월 5일 영국 전함 패스파인더가 독일 잠수함이 쏜 어뢰에 침몰한 이래 수많은 함정들이 잠수함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항공모함 8척과 수상전투함의 55%, 상선의 85%가 잠수함 공격으로 침몰됐다. 1982년 4월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에 치러진 포클랜드 해전의 승패도 잠수함이 결정했다. 영국 핵잠수함 컨쿼러호가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나로를 격침시키자 아르헨티나 함대는 공포에 질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항구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잠수함은 공격력뿐 아니라 정보 수집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냉전 시절 미국 잠수함은 소련 해안에서 5.5㎞ 떨어진 지점까지 침투해 소련의 신형 원자력 잠수함 시운전 현황, 잠수함 발사 유도탄 시험발사, 전략미사일 핵잠수함의 경비 패턴은 물론 시험발사한 미사일의 잔해를 수거해 분석하기도 했다. 국방대학교 김기주 교수는 "현대전에서 은밀성과 억제력을 지닌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는 무척 중요하다"며 "태평양에서의 잠수함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