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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재가 오래 사는 건 껍질을 계속 벗기 때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바람아님 2024. 6. 12. 00:57

한국경제  2024. 6. 12. 00:16

■ 성장의 비밀 '탈바꿈'
나이 들어도 새로운 근육 형성
힘·번식력 세지고 수명도 길어져
곤충 역시 탈피 반복하며 성장
스스로 알 깨고 나오는 게 중요
고야, 80세에 새 석판화 기법 실험
죽기 전 '지금도 나는 배운다' 그려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지난 9일 타계한 김광림 시인의 시 ‘덤’의 앞부분이다. 1989년 펴낸 시집 <말의 사막에서>에 실린 이 시에는 ‘덤을 좀만 누리다’ 간 김종삼 시인(63)과 ‘진작 가버린’ 이중섭 화가(40), ‘쉰의 고개턱에 걸려’ 주저앉은 조지훈 시인(48), ‘일찌감치 숟갈을 놓은’ 김소월(32), 이상(27)이 등장한다.

김광림 시인은 예순을 삶의 분기점으로 보고 이보다 덜 사는 것은 ‘요절’이요, 더 사는 것은 ‘덤’이라고 했다. 95세로 세상을 떠난 그에게 ‘덤’의 삶은 35년이었다. 이 기간에 그는 쉬지 않고 정진하며 더 깊고 넓은 시의 세계를 열었다. 한국시인협회장을 맡아 우리 시의 국제화까지 일궜으니 여생의 ‘덤’에서 성찰과 지혜의 꽃을 가득 피운 셈이다.

바닷가재는 나이를 먹을수록 성장을 계속한다. 수명이 40~50년에 이르고 100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여느 생물체처럼 세월 따라 노화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 갈수록 힘이 세지고 번식력도 커진다. 그 비결은 끊임없는 ‘껍질 벗기’(탈피)다.

날마다 성장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스페인 화가 고야는 80세에 그린 그림의 제목을 ‘지금도 나는 배운다’(1826)라고 붙였다.....배움에는 끝이 없다. 우리는 세월 따라 늙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로워질 수 있다. 인생의 ‘덤’은 시간이라는 선형적 개념뿐만 아니라 배움이라는 입체적 개념을 아우르는 말이다. 예순을 넘어서도 가슴 뛰는 열정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꽃을 피울 때 진정한 ‘플러스 인생’을 펼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낡은 껍질을 깨야 한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오래도록 깨워 주기만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내면의 나를 깨워야 한다.


https://v.daum.net/v/20240612001603939
바닷가재가 오래 사는 건 껍질을 계속 벗기 때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바닷가재가 오래 사는 건 껍질을 계속 벗기 때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지난 9일 타계한 김광림 시인의 시 ‘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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