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세상이야기

[월드리포트] 피레네 산맥을 뛰어넘은 우정

바람아님 2014. 8. 6. 09:41
저스틴 스키서크 (Justin Skeesuck)와 패트릭 그레이 (Patrick Grey)는 올해 39살 동갑내기 친구로 흔히 말하는 죽마고우입니다. 미국 오레곤 주의 작은 마을에서 하루 차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한 마을에서 줄곧 함께 커 왔습니다. 서로의 결혼식에 들러리가 돼 주었고, 지금도 몇 블록 떨어진 한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친구는 세 명의 자녀를 뒀고 자녀들도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 포춘 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던 스키서크는 지금은 걸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자동차 사고를 당해 자기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걷는 것은 물론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조차 없게 된 겁니다. 최근에는 신경 체계에도 이상이 생기면서 상반신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키서크는 자타가 인정하는 '긍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혼자 힘으로 목욕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입니다. 갑자기 쓰러졌을 때 이웃이 달려와 일으켜 세워주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다는 것도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이대로 추락할 것이냐 아니면 최선의 방법으로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워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에 달려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래도 아직도 쓸만한 남편이자 아버지거든요. "

그런 스키서크는 어느 날, TV에서 나오는 한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친구 그레이에게 느닷없이 한 마디 건넵니다. "어이, 그레이! 나 말야…피레네 산맥을 넘어 북부 스페인의 사막을 한번 건너고 싶어." 장애가 없는 사람도 결코 해내기 쉽지 않은 무려 5백마일, 그러니까 8백킬로미터의 긴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일어설 수조차 없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있던 그레이는 선뜻 이렇게 답합니다. "그래! 우리 가자…내가 널 밀고 갈께."

두 사람은 웹사이트부터 만들었습니다. 스키서크가 앓고 있는 병이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소상히 적었습니다. 또 그 일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함께 실었습니다. 여행 경비로 쓸 기부금이 속속 도착했고 그들의 행로를 영상에 담을 동반자도 동참의 뜻을 밝혀왔습니다.

막상 여행을 떠나보니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휠체어를 밀면서 바위 가득한 산등성이를 넘고 진흙 구덩이를 헤치고 나아가는 일은 그야말로 지옥만큼이나(hellish)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16킬로미터에 걸친 해발 4천피트 (1200미터) 능선을 그것도 바위투성이인 좁은 길을 따라 나아가야 하는 험로였습니다. 하지만 두 친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한발 한발 힘든 발걸음을 옮겨나갔습니다. 그레이는 영상을 찍는 테드 하디와 함께 스키서크가 탄 휠체어를 번쩍 들어 옮기기를 반복했습니다. "첫날은 정말 입에 단내 나게 힘들었어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일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이었어요. 휠체어 바퀴가 부러져 나갈 정도였으니까요."

힘겹고 외로운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곳곳에 따뜻한 온정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한 스페인 가족은 이들을 도와가며 인근 마을까지 기꺼이 동행해줬습니다. 마을주민들은 음식을 나눠주고 휠체어를 고쳐주기도 했습니다. "우리 여행은 신념을 가지고 뛰어 나가면 반드시 누군가 애정 어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했어요. 그건 정말 경이로운 일이죠." 스키서크의 말입니다.

그들 여행의 종착지인 스페인 산티아고에 도착한 것은 여행을 시작한지 5주 하고도 반이 지난 뒤였습니다. 두 사람의 부인들뿐 아니라 수백 명의 마을 주민들, 그리고 여행 도중에 만났었던 사람들도 환호하며 그들을 반겼습니다. "아내를 보는 순간 영혼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뿐만 아니라, 이전에 일면식도 없던 많은 이방인들이 이렇게 저희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도 경이로운 일이죠."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 많은 낯선 사람들의 도움이나 환영보다도 다리와 상반신을 잃은 친구를 위해 기꺼이 8백킬로미터의 긴 여정을 동행해준 친구 그레이의 우정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내가 그였다면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는 친구의 소망을 듣고 기꺼이 "그래 친구! 우리 가보자. 내가 밀고 갈게" 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내가 스키서크였다면 나의 황당한 제안을 듣고 흔쾌히 험한 여정에 동행해줄 친구가 있을까?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 진한 우정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