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굴된 조선 후기 궁중화원 이인문의 서화첩중 한 폭인 ‘고사관폭도’, 30×63㎝. [사진 옥션 단]
이인문은 단원 김홍도와 쌍벽을 이룬 동갑 친구로 신필(神筆)이라 불릴 만큼 그림 솜씨가 뛰어났다. 도화서(圖畵署) 화원이 된 뒤 규장각에서 38년을 근무하며 상위 평가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강산무진도’는 8m56㎝에 걸친 장쾌한 산수로 유교 사상과 전통을 중시하는 이인문의 상고적(尙古的) 성향을 보여준다.
이번에 나온 화첩은 ‘고사관폭도(高士觀瀑圖)’ ‘용만도(龍灣圖)’ ‘어해도(魚蟹圖)’ ‘노송도(老松圖)’ ‘추경산수도(秋景山水圖)’ ‘월매도(月梅圖)’ 등 이인문의 그림 8폭에 겉표지 제자(題字)는 추사 김정희(1786~1856) 글씨로 ‘산방묵연(山房墨緣)’, 속표지엔 자하 신위(1769~1845)의 글씨로 ‘고송유수관도인화(古松流水館道人畵)’라 쓰여 있다. 고송유수관도인은 이인문의 호다. 산수화를 비롯해 인물화·화조화·영모화 등 모든 화목(畵目)에 능했던 이인문의 화풍을 종합해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고사관폭도’는 도교나 불교적 소재와 산수화가 결합한 이인문만의 독특한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용만도’는 압록강변에 위치한 의주(義州)의 당대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줘 이인문이 동지사(冬至使) 수행화원으로 1795, 96년 두 차례 중국 베이징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케 한다. 02-730-5408.
정재숙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