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25 조의환 사진가)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배로 20분 남짓이면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있는 가파도(加波島)에 닿는다.
이맘때면 녹색 주단을 깔아 놓은 것 같은 청보리가 온 섬을 덮고 바닷바람에 살랑거린다. 이국적인 풍광이다.
해발 20.5m 둘레가 4km인 섬 속의 섬 가파도.
본섬에서 보면 거북이 등을 수면에 드러내고 있는 형상이다. 금방이라도 다시 물속으로 들어갈 것 같다.
청보리밭 샛길을 지나 해안도로로 나온다.
삼방산과 용머리 해안을 바라보면서 산책하며 들이마시는 바닷바람이 상큼하다.
섬의 남서쪽 하동마을 부근에는 고인돌로 추정되는 거석들이 보리밭 곳곳에 있다.
국립제주박물관이 발굴 조사를 해보니 유물이나 유구가 발견되지 않아 신빙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한다.
비록 고인돌이 아니라 해도 그냥 보리밭만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조물주의 작품이면 어떻고 고대인의 작업이면 어떤가.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선생의 작품을 만난 것 같은 기분으로 '추정 고인돌'을 바라본다.
지금 가파도는 청보리 축제 기간이다.
꼭 이때가 아니어도 청보리가 황금색으로 변하는 철에 씨알 좋은 자리돔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5년 4월 15일 촬영, 수평선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최남단 마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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