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05.09
621세 된 수도 … 시간의 박물관
서울 남산은 해발 265m다. 그 위에 선 서울타워는 해발 480m다. 맑은 날 전망대에선 인천 앞바다와 개성 송악산까지 보인다. 항상 북적이지만 4월 벚꽃과 10월 단풍철엔 특히 더하다. 숭례문에서 가볍게 걸어 30분이면 닿는다. 1394년, 이성계는 저 아래를 조선의 중심으로 삼았다. 빌딩 숲이 된 땅 밑에는 600년을 넘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재개발에 들어간 종로타워 뒤쪽, 26층짜리 빌딩을 지으려 터를 파니 유적과 유물이 쏟아졌다. 지표 4~5m 아래에서 30동이 넘는 상가 집터, 길터가 드러났다. 내려앉고 불탄 터 위에 건물들을 차곡차곡 지어 올린 모습이었다. 발굴 유적은 통째로 떠서 옮겼다가 빌딩을 짓고 난 뒤 지하 1층에 재현하기로 했다. 원상태의 전면 보존은 국내 발굴 사상 처음이다.
그림은 남산보다 더 높은 하늘에서 본 서울이다. 청계천과 종로를 살리려 주변의 건물들을 키우고 줄여 왜곡했다. 광화문광장은 물길이 되어 돛단배 떠다니는 청계천으로 이어진다. 높고 낮고 크고 작은 건물들로 도시는 다채롭다. 소풍 나와 케이블카에 탄 아이와 엄마는 신났다. 멍멍이도 처음 보는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글·그림=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새의 눈으로 내려다본 우리 땅은 어떤 모습일까요. 펜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본지 안충기 섹션&디자인 데스크의 ‘비행산수’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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