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생각해 봅시다] 밥상 위에 조상을 앉혀서야

바람아님 2015. 9. 25. 10:38

(출처-조선일보 2015.09.25 김영진 경남 사천향교 교화수석장의)


김영진 경남 사천향교 교화수석장의명절만 되면 직업의식이 발동하는지 TV 화면에 보이는 차례상(기일 제사 포함) 위를 유심히 살펴보는 게 
어느덧 버릇처럼 되었다. 정성 들여 마련한 제수며 단정한 예복까지 갖추어 엄숙하게 차례를 지내는 
것까지는 더할 나위 없으나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게 바로 위패(神位)를 모시는 자리이다.

유교의 예(禮)에서는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의식을 '강신(降神·신의 강림)'이라 해서 
분향(焚香) 강신으로 연기를 피워 하늘(陽의 세계)에 계실 조상의 혼(魂)을 모시고 
뇌주( 酒) 강신으로는 모사(茅沙)에 술을 적셔(삼제우지·三除于地) 지하(陰의 세계)에 계실 백(魄)을 
모심으로써 혼과 백으로 분리되어 돌아가신 조상이 비로소 혼백이 합쳐져 살아오신 것으로 
의제(擬制)되며 한낱 종이에 불과했던 지방도 이때부터는 종이가 아닌 신위가 되어 조상신이 깃들게 된 것이다.

예부터 참으로 귀하게 정성 들여 받드는 일을 '신주 모시듯 한다'고까지 한다. 
이 신주(神主·임시로 종이에 쓴 신주는 紙榜이라 함)는 반드시 교의(交椅·혼백 상자를 올려 두는 긴 의자를 말하며 
交牀이라고도 함)에 모셔야만 된다. 전통 사회의 사대부 집안에서는 다리가 긴 의자(교의.交椅)를 병풍 앞에 설치하고 
그 앞에 높은 상다리를 받친 제상(祭床)을 설치하여 제수(祭羞)를 진설(陳設)한다.

그러나 서민들은 삶 자체가 팍팍하고 여유가 없어 그런 격식을 갖추지 못한다. 
신위를 상위에 올려놓거나 심지어는 신위를 병풍에 붙여놓고 제사를 지내다 보니 그것이 마치 관행처럼 굳어져 당연히 
여기는 무례를 범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제상은 대부분 교자상(낮은 平床)을 사용함으로써 다리가 긴 높은 교의는 현실에 
맞지 않으며, 또한 이에 마침맞는 높이가 낮은 교의는 찾는 사람도 없으니 시중에서 아예 구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자체 제작이 어려우면 일반 의자라도 제상 뒤(병풍과 제상 사이)에 놓고 방석이나 깨끗한 백지를 깔고 
그 위에 신위를 모실 것을 권장한다.

제상(祭床) 위에 그대로 신위를 모시면 밥상(제상) 위에 조상을 앉혀놓는 꼴이 되어 후손으로서 지극히 죄송하고, 
또한 그런 무례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는 그 의미를 몰라 불효를 저질렀다고 한다면 이제는 그 의미와 정신을 되새겨 
교의(交椅)에 조상 신위를 바로 모시는 그런 후손이 되어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예절을 바르게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이미지 - 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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