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박리다매를 통해 소비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황 늪에 빠진 제조·유통업을 선순환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가계부채 이자와 인상된 각종 서비스요금을 감당해야 하니 실질적인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일시적으로 가격을 내린다고 소비 총량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정책당국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정부 주도 가격할인 행사라는 점도 한계를 드러낼 여지가 있다. 정부가 나선 것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가격할인은 시장원리에 따라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정부가 기간을 정해 놓는다고 물건값을 무턱대고 깎기는 힘들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말로만 가격할인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다.
걱정되는 것은 이로 인해 ‘사회적 신용’이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체의 그동안 행태를 보자면 이번 행사에서도 소비자 눈속임이 횡행할 소지는 다분하다. 이월상품, 재고상품이나 처분하는 실속없는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작년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을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도 파렴치한 상행위는 난무했다. 11개 온라인쇼핑몰에서 팔리는 과일세트 1100개의 중량 표시를 조사했더니 과일 무게를 제대로 밝힌 경우는 193개에 불과했다.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조기, 쇠고기 선물세트의 품질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고가의 가격을 붙인 경우도 허다했다.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가 일상화돼 ‘1+1행사’, ‘반값 할인’을 믿는 소비자가 드물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의 거짓 가격 표시를 조사하기도 했다.
유통시장의 신용질서가 이 모양인데 ‘신뢰 받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뿌리내릴 리 만무하다. 소비 진작은 고사하고 불신 풍조만 조장하기 십상이다. ‘소비자 등치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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