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17 우정아 포스텍교수·서양미술사)
테오도르 제리코, 자기가 고위 장교라는 착각에 빠진 남자,
1819~22, 캔버스에 유채, 82.5×66cm, 스위스, 오스카 라인하르트 소장.
프랑스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Theo dore Gericault·1791~1824)의 그림 속 남자는
자기가 고위 장교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는 붉은 술을 모자에 달고 한쪽 어깨에는
담요를 두른 채, 커다란 동전의 가운데를 뚫어 훈장처럼 목에 걸었다.
바짝 마른 얼굴에 상대의 눈을 피해 흘겨 뜬 눈으로 먼 허공을 바라보는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그 누구와도 소통을 거부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이 초상화는 정신과의사였던 장 에티엔 에스키롤(J E D Esquirol)이 주문했던 것으로
이 초상화는 정신과의사였던 장 에티엔 에스키롤(J E D Esquirol)이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키롤은 19세기 초에 등장한 정신병리학의 선구자로서,
프랑스 각지의 정신병동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의 임상 증상을 기록하고 통계분석을
시도했다. 특히 혁명을 겪은 이후, 유난히 정신병자가 늘었다고 봤던 그는 광기의
원인이 바로 야망이라고 진단했다. 혁명은 신분에 예속된 삶을 살아야 했을 수많은
평범한 이들에게 야심을 불어넣었고, 낯선 자유 앞에서 허황된 꿈을 꾸었던 그들은
결국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광증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리코의 주인공이 바로 그러한 예를 보여준다. 이 남자의 희한한 복장은 나폴레옹 시대의 군복을 닮았다.
불가능은 없다며 프랑스 국민에게 영광을 안겨주었던 나폴레옹도 백일천하를 끝으로 영영 사라져버렸지만,
남은 이들은 혁명의 시대를 동경하며 무기력한 광기에 빠져든 것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피로사회'에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현대인들이 더 이상 '할 수 있지 않다'는 걸 절감할 때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하면 되는' 시절이 지난 지금, 모든 걸 포기했다는 'n포 세대'의 우울 속에서
허망한 이 남자의 눈빛이 보인다면 과장일까.
theodore gericault portrait of an insane man
테오도르 제리코 ?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로 낭만주의 회화의 창시자이다. 이탈리아 여행 후 그린 대작 《메두사호(號)의 뗏목》(1819)으로 젊은 F.V.E.들라크루아를 감격시켜 낭만주의 확립의 도화선이 되었다. 격렬한 동세(動勢), 강한 명암과 색채효과 등 극적인 정경을 표현한 박진감에 있어 그 때까지의 회화에서는 볼 수 없던 극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The Raft of the Medusa "메두사호(號)의 뗏목"의 배경 설명 - [유경희의 아트살롱]200년 전의 세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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