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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5∼6세도 팔려가 성노리개로.. '어둠의 방' 갇혀 꿈 짓밟혀

바람아님 2015. 11. 23. 00:15
세계일보 2015-11-21

2010년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어둠의 아이들’은 태국을 배경으로 아동 성매매 이야기를 다뤄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영화 속 아이들은 10살도 채 안 된 나이에 업소에 팔려가고, 감금된 채 성매매를 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현재 캄보디아에서도 아동 성매매는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누구나 몇십 달러만 내면 쉽게 어린아이들을 살 수 있다. 이 같은 아동 성매매는 캄보디아의 아동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율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성매매로 HIV에 감염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5∼6세 아이들까지 성매매… 성매매촌 ‘스바이팍’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스바이팍은 ‘성매매촌’으로 불린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때 정부 차원에서 이곳을 없애려고 시도했으나 현재까지도 마을 사람의 70% 정도가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곳에서 아동 성매매가 성행한다는 점이다. 성매매 아동들을 구출하는 캄보디아 단체 AIM(Agape International Missons) 관계자는 “성매매 여성의 35% 정도는 4∼18세 미성년자이고, 심지어 5∼6세도 많다”며 “차를 타고 마을 입구에 가면 ‘어떤 소녀를 원하냐’고 물어온다, 마치 상품을 고르듯 원하는 나이대의 소녀를 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이 스바이팍을 찾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 근교의 스바이팍에서 아이들이 성매매를 하던 업소의 모습.

자티(15·여)도 11살 때 스바이팍으로 팔려갔다. 자티는 “엄마, 외삼촌과 살았는데 어느날 외삼촌이 이제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해서 낯선 아저씨를 따라갔다”며 “나 말고도 팔려온 아이들이 많았다. 남자아이도, 아주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티의 엄마는 자티띠가 성매매업소로 가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몇백 달러에 딸을 넘겼다. 고작 몇 달러로 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형편에서 많은 부모들은 한 번에 몇백, 몇천 달러를 준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다.

자티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하루에도 몇명의 손님을 상대했다. 3년 전 구출된 뒤 현재는 한 종교단체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있는 것과 남성을 무서워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사춘기가 되면서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때’의 일을 말하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하기 때문에 인터뷰는 지난달 자티를 보호하는 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다.


◆아동 성매매는 세계가 같이 해결해야

자티의 사례처럼 성매매 업소에 팔려온 아이들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을 방에 가둔 채 제대로 음식을 주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아파도 제때 치료해주지 않는 일이 태반이다.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의 30% 정도는 HIV에 감염되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이들도 많다. 아이들은 누구에게 전염된 것인지도 모른 채 무방비로 에이즈에 노출된다. 


경찰과 AIM 활동가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근교 스바이팍의 성매매 업소에 갇혀있던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

AIM은 제보가 들어올 때마다 경찰과 함께 업소로 출동해 소녀들을 구출한다. 지난 3년간 320여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AIM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머물며 상처를 회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살을 기도하거나 오랜 기간 후유증을 앓는 아이들도 많다. AIM 관계자는 “구출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인 만큼 이곳이 안전한 곳이라고 느끼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이 찾아오더라도 마음대로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안을 위해 AIM 건물 곳곳에는 수많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기도 했다.

스바이팍의 아동 성매매 업소 문을 따고 있는 경찰과 AIM 활동가들. 아동 성매매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문을 잠그고 운영한다.
AIM 제공

AIM의 활동에도 캄보디아의 아동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스바이팍에서는 몇백 달러에 팔려간 아이들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 성매매 산업 자체가 견고한 데다가 일부 업소는 비리 경찰과 결탁돼 구출조차 쉽지 않다는게 AIM의 전언이다.

한 활동가는 “때때로 폭력조직이 활동가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도 있다”며 “위험하다고 느낄 때도 많지만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구조활동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성매매는 캄보디아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캄보디아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아시아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손님이 오고 있는 만큼 지구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놈펜=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