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정진성 서울대 교수, 양현아 서울대 교수, 김창록 경북대 교수, 이재승 건국대 교수, 조시현 건국대 교수, 이나영 중앙대 교수,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 등 7명이 2일 일련의 사태에 유감을 표하고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박유하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9일 서울 동부지검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2월 동부지법은 책 내용 가운데 34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박 교수는 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유죄 주장을 반박하며 “일본의 부정론자들은 ‘매춘부’라 하고, 지원단체(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무구한 소녀’라는 이미지만 주장하며 대립한 20년의 세월을 검증하고 위안부란 어떤 존재인지 고찰하려던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장정일, 김철 연세대 국문과 교수 등 문화·학계 지식인 192명도 이날 검찰의 박유하 교수 기소 반대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작가 유시민, 칼럼니스트 고종석, 고려대 국문과 교수 권보드래, 변호사 금태섭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국가가 원한다면 위안부 문제를 넘어 역사 문제 일반과 관련해서도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다루는 합리적 방법은 다양한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출되고 경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특정집단에 발언의 권위를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철 연세대 교수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말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위안부 존재를 부인하는 일본 우익인사들을 비판하기 위해 그들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검찰이 과연 책을 정확하게 이해한 끝에 기소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정진성, 양현아, 김창록, 이재승, 조시현, 이나영, 이신철 교수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연구자들이 주체가 되는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그 일환으로 우선 박유하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에게 가능한 한 가까운 시일 내에 공개토론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 교수는 “한국의 일부 학계와 언론계로부터 학문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11월26일에는 일본과 미국의 지식인 54명이 항의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원칙적으로 연구자의 저작에 대해 법정에서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단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만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위안부’ 문제가 일본 국가기관의 관여 아래 본인의 의사에 반해 연행된 여성들에게 ‘성노예’를 강요한 극히 반인도적이고 추악한 범죄행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 그 범죄행위로 인해 참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커다란 아픔을 견디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범죄행위에 대해 일본은 지금 국가적 차원에서 사죄와 배상을 하고 역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법적 상식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에는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문제가 1965년에 해결되었다고 강변하는 부조리를 고집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그 부조리에 맞서 1200회 이상 매주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있고, 지친 노구를 이끌고 전 세계를 돌며 ‘정의로운 해결’을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이 엄중한 사실들을 도외시한 연구는 결코 학문적일 수 없다고 믿는다.”
이들은 박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가 사실 관계, 논점의 이해, 논거의 제시, 서술의 균형, 논리의 일관성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책이라고 봤다. 또 “충분한 학문적 뒷받침 없는 서술로 피해자들에게 아픔을 주는 책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국의 위안부’는 책임의 주체가 ‘업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법적인 쟁점들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매우 낮은 데 반해 주장의 수위는 지나치게 높다. 충분한 논거의 제시 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였고 일본제국에 대한 ‘애국’을 위해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규정하는 것은, ‘피해의 구제’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아픔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 사태가 학문적인 논의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과 세계의 연구자들이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그 논의 속에서 문제의 실체를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jashin·bh5@newsis.com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며 생각하며>도깨비하고 함께 산다 (0) | 2015.12.05 |
---|---|
“더 나은 세상서 크렴” 저커버그, 딸 얻고 52조 기부 약속 (0) | 2015.12.04 |
[노트북을 열며] 5만 년 된 소나무와 책 (0) | 2015.12.02 |
[지평선] 품위 있는 죽음 (0) | 2015.12.01 |
[장하성 칼럼] 미생이 완생할 수 없는 한국 (0) | 2015.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