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1.16 어수웅 기자)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정민 지음|
휴머니스트|272쪽|1만5000원
'소인인소(笑人人笑)'
"내가 남을 비웃으면, 남이 나를 비웃는다." 대구와 대조가 한 문장에서 절묘하다.
'소인인소(笑人人笑)'
"내가 남을 비웃으면, 남이 나를 비웃는다." 대구와 대조가 한 문장에서 절묘하다.
'옛글의 통역자' 한양대 정민 교수가 명나라 이장과 등이 엮은 '광인품(廣仁品)'에서 뽑아낸 네 글자다.
사자성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사자(四字)는 아니다.
문장 능하고 효성 지극하던 이웅(李熊)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자 질투하던 그의 동서가
허튼소리를 했고, 이듬해 그 동서가 죽자 주변의 비웃음이 집중됐다는 이야기.
지금 봐도 새롭고, 불투명한 미래를 밝힐 깨달음이 있다.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를 조선일보에 7년째 연재 중인 정 교수가 자신의 칼럼 중 100개를 골랐다.
'정민의 세설신어(世說新語)'를 조선일보에 7년째 연재 중인 정 교수가 자신의 칼럼 중 100개를 골랐다.
차고술금(借古述今)이라 했다. 단순히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옛일에서 빌려와 지금을 말하자는 것이다.
찔러도 바늘 들어갈 자리 잘 안 보이는 것으로 이름난 그의 문체에는 이런 일화가 있다.
'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를 대학원생 정민은 이렇게 옮겼다.
'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를 대학원생 정민은 이렇게 옮겼다.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지도교수는 "사내 녀석이 웬 말이 그렇게 많으냐"며 그의 글을 집어던졌고, 불호령을 받은 청년은 압축과 생략을 거듭했다.
지도교수는 "사내 녀석이 웬 말이 그렇게 많으냐"며 그의 글을 집어던졌고, 불호령을 받은 청년은 압축과 생략을 거듭했다.
'텅 빈'에서 '텅'을 떠나보냈고, '나뭇잎'은 '잎'만 남겼으며, 필요 없는 조사와 이별했다.
결국 그 문장에서 남은 건 '빈 산 잎지고 비는 부슬부슬'. 22자가 11자가 됐다.
이 책에는 이런 꼭지도 있다. '생사사생, 생사사생(生事事生 省事事省).'
이 책에는 이런 꼭지도 있다. '생사사생, 생사사생(生事事生 省事事省).'
일을 만들면 일이 생기고, 일을 줄이면 일이 주는 법.
성호 이익(1681~1763)이 독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번다한 일에 휘둘려 온전히 책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하자,
"몸이 한가해서 일이 없을 때를 기다려 독서한다면 죽을 때까지 독서할 여가는 없다"며 덧붙인 말이다.
정 교수는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 책을 못 읽는다는 것처럼 슬픈 말이 없다"면서
"쓸데없는 일은 끊임없이 궁리해내면서 나를 반듯하게 세워줄 책은 멀리하니 마음 밭이 날로 황폐 해진다"고 설명한다.
정초에 읽으면서 스스로를 되새기면 좋을 100꼭지의 네 글자다.
그래 봤자 옛 고사성어 아니냐고?
정 교수는
"후진 것은 옛날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게다가 야비해져서 품격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면서
"옛글에 무선 랜은 없었지만 생각의 힘은 광속으로 펄펄 날았다.
인터넷이 아니래도 통찰은 반짝반짝 빛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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