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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寒波 속 기상캐스터

바람아님 2016. 1. 26. 08:57

(출처-조선일보 2016.01.26 팀 알퍼 칼럼니스트)


팀 알퍼 칼럼니스트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꼭 TV 일기예보를 봅니다. 
어떤 옷을 입을지, 눈이 내릴지, 비가 올지, 일기예보를 보지 않으면 곤란할 일이 많죠.

한국에서는 때때로 기상캐스터가 외부에서 생중계로 날씨 예보를 하더군요. 
봄에는 그런 것도 좋을지 모릅니다. 기상캐스터가 아침 햇살을 맞아 반짝이는 벚꽃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는 걸 보면 시청자도 절로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밖에서 떠는 기상캐스터의 모습은 공포영화 보듯 서늘한 기분만 듭니다.

지난 18일 날씨가 영하 15도로 떨어졌을 때, 여성 기상캐스터가 서울역 앞에서 일기예보 하는 걸 봤습니다. 
코는 신호등 빨간불처럼 새빨갰고 딱딱 소리가 날 정도로 입도 덜덜 떨더군요. 
예보 내용을 제대로 듣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다음 날 그 기상캐스터는 강추위로 인적이 드문 공원에 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코가 빨갛다 못해 새파랗더군요.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PD님 생각이 났습니다. 
전화를 걸어 "저 안쓰러운 기상캐스터를 사흘 연속으로 밖에 내보내지는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 TV를 켜자 기상캐스터는 오전 6시에 얼어붙은 한강 앞에 서 있었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듯 울어대는 바람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렸습니다.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그런 처지에 놓고 싶지는 않을 정도로 눈 뜨고는 못 볼 광경이었습니다.

[일사일언] 寒波 속 기상캐스터
최근 제 고향 영국에서 영하 14도 날씨에 밖에서 중계를 하던 기상캐스터가 추위를 견디다 못해 생중계 중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큰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해당 보도는 소위 '낚시'라고 불리는  인터넷 허위 보도로 밝혀졌지만 조회 수는 엄청났습니다. 
공분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었으니까요. 
제가 본 그 기상캐스터도 3일째 "외부에서 일기예보 생중계 해"라는 지시를 들었을 때 수많은 욕설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녀가 혹여 생방송에서 부적절한 언사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PD님, 제발 그 불쌍한 기상캐스터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