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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꿈과 희망이 있는 대통령선거

바람아님 2016. 5. 25. 23:49
[중앙일보] 입력 2016.05.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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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대기자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을 보면 야권 후보들만 즐비하다. 새누리당 후보도 끼어 있지만 상위권에는 고개를 못 내민다.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하면 앞쪽으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권 후보가 여러 명인데도 선두를 놓치기도 한다. 차기 경쟁이 마치 야권 내 대결 같은 양상이다. 오죽하면 정의당마저 후보 단일화를 접고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나섰을까.

야권은 후보가 풍년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더민주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대표,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4·13 총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권 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10년 주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친박(親朴·친박근혜) 세력이 야당을 준비한다는 냉소적 추측까지 한다.

그만큼 현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말이다. ‘헬조선’이란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젊은이들의 절망은 깊고 넓다. 조금은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걸고 또 새해를 맞았지만 더 어려워져 갈 뿐이다. 정부 돈이라면 물 쓰듯 쏟아붓고, 수술은커녕 죽어가는 기업에 빨대만 꽂는 사람들이 정부라는 이름표를 달고 관리한다. 부조리한 종양이 조선업뿐일까. 일자리가 아니라 실업자가 늘어난다. 그러고도 조금만 참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년 세대는 “우리는 눈물로 산업화를 이뤘다”고 자랑한다. 장년 세대는 “너희는 독재정권으로부터 맞아보지 않았다”며 엄살 부리지 말라고 다그친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은 대답한다.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나요.” 좋은 일자리만 찾는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알바’가 대세가 되었나. 당장 일자리가 없는 것만이 아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견딜 만하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꿈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달라질까. 사실 지난 총선은 현 집권세력만 심판한 게 아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절망과 불만, 암담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터져나온 것이다. 야당들도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 대안세력으로 희망을 보여준 건 아니다.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당선을 향한 집요함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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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은 표만 쫓아다닌다. 선거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안 보인다. 왜 정권을 잡으려 하나. 대통령이 되어 무엇을 하려는 건가. 권력을 잡고 싶은 원초적 욕망보다 조금은 더 멋진 꿈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고지도자가 되려면 국가의 10년 뒤, 20년 뒤, 100년 뒤를 내다보는 그림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판단 기준은 오로지 나에게 표가 되느냐 아니냐다. 표가 떨어지는 일은 중대한 현안이라도 입을 다문다. 손에 피와 구정물을 묻히는 일은 외면하고, 남 탓만 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 논쟁이 정책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말꼬리를 잡고 상대 약점을 후벼파며 막무가내 고집만 부린다. 거기에 미래가 보일 턱이 없다.

학교 급식을 어떻게 하고, 보육을 어떻게 하느냐만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이 정책을 찬성하는 게 표가 많은가, 반대하는 게 표가 더 많은가를 저울질하는 정치인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당장 10만원, 20만원 현금을 줘서 표를 얻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흙수저’에게 좀 더 많은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학 정원을 잔뜩 늘려 수험생과 학부모의 지지를 얻으면 끝인가. 앞서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으면 기술 발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특목고를 나와 미국으로 간 학생들은 거기 주저앉는다. 자녀들을 위해서다. 미국은 시스템만으로 세계의 영재들을 데려다 쓴다. 그렇게 미래를 만든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김부겸 의원 당선자는 “10년 뒤, 20년 뒤가 다 준비돼 있더라. 우리는 큰일이다”라고 걱정했다. 2000년 5만 명 수준이던 중국의 미국 유학생은 지난해 30만 명을 넘어섰다. 인재관리를 정부가 하고, 후발주자임에도 기초가 탄탄하다.

1971년 아무것도 없는 모래밭에 조선소를 세우겠다며 500원짜리 지폐로 설득해 낸 정주영 회장, 83년 정부와 안팎에서 모두 말릴 때 반도체에 운명을 건 이병철 회장, 아직도 우리는 그 열매를 갉아먹는 처지다.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당장 조선을 봐라. 다음 세대는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정부가 경제개발을 주도하던 시절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투자해 미래산업으로 키워나갈 환경을 만드는 일은 아직도 정치의 몫이다. 야대(野大)의 정치인, 대통령 후보는 달라야 한다. 최소한 그런 꿈을 꾸고, 그런 희망으로 경쟁하는 후보들이 보고 싶다.

김진국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