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11 신동흔 기자)
핀란드 현직 교사 출신인 저자… 자국 교육에 대한 현실 들려줘
창의력·혁신·협업 중시하며 성적 평가와 학교 시찰제 없애
학교 건물 설계엔 교사가 참여… 높은 읽기 수준은 TV자막의 영향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6/10/2016061003001_0.jpg)
학교 시험을 일절 치르지 않고 숙제는 거의 없는 나라, 교육 당국의 학교 시찰이나 간섭은 엄두도
못 내는 나라. 그런데도 해마다 전 세계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수위권을 놓치지 않는 핀란드.
이 나라의 교육 철학이 일종의 '산학(産學)협력'적인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90년대 초 핀란드는 실업률이 20%에 이르며 1930년대 이후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었다.
1990년대 초 핀란드는 실업률이 20%에 이르며 1930년대 이후 가장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었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중위권에 머물러 누구 하나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타개책이 필요했다.
핀란드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조언(助言)을 듣기 위해 노키아 등 기업까지 포괄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 같으면 기업의 경쟁 논리가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할 사람이 수두룩했겠지만, 핀란드는 달랐다.
더 놀라운 것은 노키아가 요구한 사항이었다.
"수학이나 물리학을 모르는 젊은이를 채용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실수하는 게 무서워 다르게 생각하거나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놓을 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교육에서) 창의력과 열린 마음을 없애서는 안 됩니다."
핀란드 교육에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혁신과 창의, 협업이라는 철학이 녹아들어 있었다.
핀란드 교육에는 이처럼 오래전부터 혁신과 창의, 협업이라는 철학이 녹아들어 있었다.
바로 이 무렵 학교 현장에서의 창의성을 추구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평가했던 학교 시찰 제도가 폐지됐다.
연령별 반편성, 진도표, 교실에서 진행하는 설명 중심의 전통적 교육 방식은 교사가 재량권을 갖고 동료 교사들과 토론하며
다양한 교육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공부 좀 못하는 것은 흠도 아니었다.
학교마다 '특수교육' 전담 교사가 배치돼 별도의 지도가 필요한 개인과 그룹을 가르쳐 낙오자를 없앴다.
핀란드 교육정책연구소는
"환자의 생존율을 기준으로 심장외과의 순위를 매기면 의사들은 위중한 환자를 돌려보내게 된다"는 의료계의 경험까지
사례로 들며, 학생과 교사를 성적으로 평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핀란드 교육 현장에선 교사의 자율성과 학생들이 존중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가장 중시한다. 오른쪽 사진은 핀란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왼쪽 작은 사진은‘2013년 베스트 스쿨상’을 받은 핀란드의 아름다운 학교 건물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6/10/2016061003001_1.jpg)
2000년대 이후 세계 교육계의 스타로 부상한 핀란드의 교육 개혁에 대한 보고서다.
하지만 그동안 무수히 쏟아져 나온 보고서들과는 다르다.
저자는 헬싱키의 중학교에서 7년간 수학과 물리를 가르친 핀란드 현직 교사 출신으로 세계은행의 교육 전문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정책 분석가 등으로 일한 교육 행정가답게 내부적 시각을 보여준다.
직접 교육개혁을 주도했던 경험이 곳곳에서 스며들어 외부인은 놓치기 쉬운 핀란드 교육의 디테일(세부 사항)을 들려준다.
확실히 핀란드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하고, 뒤처진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우리의 현실과
확실히 핀란드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하고, 뒤처진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핀란드는 '교육 천국'을 만들어 놓았는데, PISA 성적에선 핀란드에 못지않은 우리는
어떻게 '입시 지옥'을 만들어 놓았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인구 550만명인 핀란드 교육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인구 550만명인 핀란드 교육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저자 스스로도 "제도 자체보다 특징과 정책 원리를 빌려가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외부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핀란드 학생들의 읽기 능력 수준이 높은 것을 어릴 때부터 자막이 나오는 TV프로그램과 영화를 접하면서
읽기에 익숙해진 효과로 본다. 학교 건물을 지을 때 교사들이 참여해 학생들이 존중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여전히 새마을운동 시절의 학교 건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에겐 신선하게 느껴진다.
핀란드 젊은이들이 의사나 법률가 못지않게 교사를 최고의 직업으로 선호한다는 사실도 다른 점이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실패한 이후, '로비오' '수퍼셀' 같은 벤처기업이 등장해 '앵그리 버드'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유명 게임을 탄생시키고, 헬싱키가 유럽 '스타트업'(소규모 신생기업)의 수도로
부상하는 등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 것도 핀란드 교육에 혁신과 협업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핀란드 교육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최근 PISA 성적이 소폭 하락하는 등 핀란드 내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이 교육 여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자 스스로도 "핀란드 교육 개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이 개인 미디어를 이용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는 시대에 수업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개인 맞춤형 학습'을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미디어와 통신기술 발달로 사람들이 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므로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라는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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