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과 낫또에는 유산균이 없다. 이 분야 문외한인 기자가 인터넷의 어설픈 글들을 곧이곧대로 믿고 작성한 기사처럼 보였다. 하기사 인터넷의 블로그, 지식in, 뉴스 등이 온통 다 그렇게 되어 있으니 어쩔 수는 없었겠다.
이런 오해의 발단은 TV 등에 나오는 유명(?) 교수, 양의, 한의 등 얼핏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비롯된 듯하다. 대부분의 식품과 건강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바로 이들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누가 진짜 전문가인지 헷갈릴 정도로 스스로 지식인임을 자처하며 엉터리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부류가 너무나 많다. 최근에 와서는 이들을 쇼탁터라는 신조어로 비하할 정도다.
일본의 낫또와 우리의 청국장은 이름만 다르지 같은 식품이다. 낫또는 우량 균을 분리해서 쓰고 청국장은 볏짚속의 세균이 자연 착생했다는 차이일 뿐이다. 낫또는 일종의 순수배양형태라 실패의 확률이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맛이나 형태,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다(한국에도 이렇게 하는 업자가 있다).
청국장과 낫또의 발효균은 고초균(枯草菌)이라는 Bacillus subtilis계통이다. 낫또 발효균인 Bacillus natto라는 박테리아는 Bacillus subtiis와 같은 종이며 서로 일란성 쌍둥이쯤으로 취급되는 유사세균이다. 이 균은 인체에 유해하지도 이롭지도 않다.
물론 청국장에 유산균이 소량은 있을 수 있다. 관리의 소홀로 잡균이 오염됐을 경우에 그렇다. 소량 있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다.
시중에는 낫또가 청국장보다 좋은 것으로 선전한다. 사대(事大)인지 장삿속인지 모르겠다. 또 낫또는 생것을 먹는 것이고 청국장은 된장찌개로 먹는 것으로 생각해서도 잘못이다. 일본에는 청국장을 된장찌개로 끓여먹는 식습관이 아예 없다.
청국장과 낫또는 좋은 식품이긴 하다. 소화율이 높고 맛이 좋다. 그렇다고 약의 반열에까지 끌어올려 건강기능식품으로 각광받는 것은 좀 그렇다.
시중에는 혈전을 막아주고 혈압을 낮춰준다는 그럴듯한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렇게 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토키나제(nattokinase)라는 혈전용해효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란다.
실제 이 효소는 시험관에서는 응고혈액을 녹이는 작용이 뛰어나다. 그런데 효소는 단백질이라 혈관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소화의 대상일 뿐이다. 혈관 속 피딱지를 녹여주고 혈압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깝다.
모든 효소단백질은 위산과 소화효소의 공격을 견딜 수가 없다. 위속의 낮은 pH와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변성되어 효소의 기능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끓는 물속에서도 순식간에 기능이 상실된다. 나토키나제라는 효소가 혈전을 용해한다는 것은 시험관에서나 성립하는 주장이다.
어쨌든 청국장은 소화 잘되고 맛이 좋은 훌륭한 발효식품이긴 하다.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기는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