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9.01 따루 살미넨 작가 겸 방송인)
오늘 아침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았다.
늘 나무도 베고 사냥도 하고 힘이 넘치는 아빠의 모습만 봐왔는데 힘없이 튜브들이 연결된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아빠가 처음으로 약해 보였다.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수퍼맨의 모습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는 나이 든 한 인간으로서 아빠가 보이는
듯했다. 아빠가 없으면 집에 따뜻한 물도 안 나오고 어디 고장이 나면 고칠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큰 집에 둘만 사시는 우리 부모님은 앞으로 10~20년 지나면 어떤 삶을 어디서 살고 계실까.
자식들은 일 따라 도시로 떠난 지 오랜데. 엄마가 안 계시면 우리 집의 사과나무,
자두나무는 누가 돌보고, 꽃밭의 잡초는 누가 뽑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이제는 부모님의 건강이 화제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친구들과의 이야깃거리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이제는 부모님의 건강이 화제다.
누구는 어머니가 암에 걸렸고, 누구는 아버지가 당뇨병을 앓고, 다들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날 거란 생각을 하면 정말 무섭다.
나는 성인이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대학생 같다.
밥을 할 때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블루베리 파이 어떻게 만들었지?" 물어보기도 하고 집이나 차에 문제가 생기면
아빠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하면 돼?" 물으며 의지했다.
핀란드의 한 정신과 의사는 "자식과 부모의 역할이 바뀌는 단계는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한 정신과 의사는 "자식과 부모의 역할이 바뀌는 단계는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자식은 늘 믿고 의지했던 부모를 잃어가고, 부모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면서 모두 불안감이 커진다.
부모는 끝까지 독립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갈수록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한다.
부모는 자식이 크면서 조금씩 관계의 끈을 놓을 줄 알아야 하고,
자식은 부모가 나이가 들고 약해지면 조금씩 그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겨야 하는 것 같다.
아빠는 이제 회복할 일만 남았다.
예전처럼 여러 세대가 같이 지내는 세상은 돌아오기 힘들겠지만, 내 꿈은 부모님 가까이서 함께 사는 것이다.
※9월의 일사일언 필자는 따루 살미넨씨를 비롯,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황지원 음악 칼럼니스트, 배우 강석우씨, 배우 길해연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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