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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과학의 기본은 호기심과 질문… 한국선 실험·문제풀이가 전부"

바람아님 2016. 10. 2. 19:22

(조선일보 2016.10.01 대전=박건형 기자)

과학사·과학철학 분야 세계적 석학 장하석 英 케임브리지大 석좌교수
한국 과학계 다원주의 부족
다원주의, 상상 못할 기술의 원천… 획일적 사고방식·치열한 경쟁 탓
창의성 외치지만 '융합'은 안 돼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획일적 답을 추구해서는 재미가 있을 리 없다”면서 “자신만의 답이 있다고 믿는 것이 과학을 대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획일적 답을 추구해서는 재미가 있을 리 없다”면서 

“자신만의 답이 있다고 믿는 것이 과학을 대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대전=신현종 기자


“어떻게 과학을 할 것인가, 어떻게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는가. 

어떻게 창의적인 사람이 될 것인가. 수많은 사람이 묻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방법은 있습니다. 

앞서 같은 길을 걸어간 위대한 과학자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과학사·과학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하석(49)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지난 23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

(KAIST)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을 '실패한 과학자'라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며 노벨상을 꿈꿨지만, 보다 근원적인 답을 찾겠다는 이유로 과학사·과학철학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런던대 교수를 거쳐 

2010년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됐다.

 2007년 저서 '온도계의 철학'으로 과학철학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라카토슈상'을 수상했다. 

장재식 전 산자부 장관이 아버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형이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로는 '다원주의(多元主義)'와 '배터리'를 꼽았다.

―촉망받는 물리학도였는데 갑자기 전공을 바꿨다.

"어느 순간 내가 궁금한 것에 과학이 답을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데 '빅뱅 이전엔 뭐가 있었나'라고 캐물으면 과학은 '모든 것이 빅뱅에서 생겼다'고 답한다. 
이런 답은 결국 과학이 아닌 철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과학에서 추구하는 답은 한 가지지만, 철학은 더 많은 답을 준다. 물론 어느 쪽이 진리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한국 사회와 과학계에 다원주의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다들 창의성, 창의성 하는데 잘 안 된다. 융합도 잘 안 된다. 
획일적인 사고방식과 치열한 경쟁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융합을 하려고 하면 되겠나. 벽만 높아지지.
 GPS(위성항법장치)를 보면 수많은 기술이 결합돼 있다. 
양자역학, 전통 물리학도 있고 기계공학, 항공우주, 전자공학 다 들어 있다. 하지만 GPS공학이라는 건 없다. 
융합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다른 분야의 장점을 결합하면서 자신의 분야도 챙길 수 있다. 
막상 이런 얘기를 하면 한국에선 그럼 어느 분야가 주도권을 잡고 융합을 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주도권이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걸 얻을 수 있는 게 먼저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다원주의는 왜 필요한가.

"한국이 스마트폰을 잘 만든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한국이 만들었나.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발명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대신 따라 만드는 걸 잘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 
다들 스마트폰만 만드는데 어떻게 새로운 걸 만들겠나. 
상상하지 못한 다른 기술, 제품, 과학은 결국 다원주의에서 나온다. 
답이 하나라도 가는 길은 여러 가지일 수도 있다. 
프리스틀리, 라부아지에, 쉘레는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구해서 산소를 찾아냈다. 
과학에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세상에 하나만 잘해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산불을 끄려면 산의 지리도 알아야 하고, 동물과 식물의 생태도 알아야 한다. 
물리학으로 어떤 각도로 물을 뿌려야 할지 파악하고, 화학으로 만든 약품으로 불을 끈다. 
한 분야라도 모르면 산불 끄기에 대한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없다."

―한국의 과학 정책이 기초과학과 공학·응용과학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순수과학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과학과 기술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기초과학이 응용과학이 되고, 응용과학과 기술이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많은 과학 분야의 토대에 있는 열역학은 어떻게 탄생했나. 증기기관이라는 기술 때문에 열역학이 발달했다. 
상식과 거꾸로 일어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최근 쓰고 있는 '배터리의 과학'이라는 책에도 이 얘기를 담았다."

―왜 하필 배터리인가.

"배터리는 과학사에서 아주 이상한 위치에 있다. 
우리가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다시 말해 과학적 원리를 모르지만 되는 것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볼타가 배터리를 발명한 건 1800년이다. 
하지만 배터리가 작동하는 원리가 되는 전자(電子)는 1800년대 끝에 발견됐다. 
거의 100년 동안 원리도 모르면서 배터리는 발전을 거듭했다. 
때로는 기초과학이 하지 못하는 걸 공학은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기초과학과 공학, 경제의 관계도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기초과학만이 중요하다고 하거나, 공학·응용과학이 먼저라고 하는 것 모두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창의성을 쌓으려면 위대한 과학자들의 삶을 보라고 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그들의 삶이 왜 중요한가.

"위대한 과학자들의 공통점은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은 덮어버리지 않고, 오히려 집중해서 파헤쳤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자유로운 환경과 생각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거의 과학자들은 틀을 깨기 위해 절망적인 상황에서 연구해 창의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심하면서 통념과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위대한 과학자들의 
방식보다 훌륭한 연구법, 학습법은 없다."

―틀을 깨라는 것인가.

"오해하면 안 된다. 틀을 깨라는 것이 과거의 것을 버린다는 의미가 돼서는 안 된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이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나왔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서로 보완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한다. 과거의 틀을 버리기만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과학에 흥미를 잃은 사람  들이 많다.

"교육과 문화의 문제가 크다. 
과학의 가장 기본은 호기심과 질문인데, 한국의 과학 교육은 정답이 이미 있는 실험과 문제 풀이가 전부이다. 
과학에는 절대적 지식은 없고, 지식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누가 묻느냐에 따라 질문 자체가 달라지는데 답도 다 다르지 않겠나. 
자신만의 답이 있다고 생각하면, 과학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철학이다"

[과학책을 읽읍시다] <2>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과학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2.27)


<편집자주>
과학은 실생활이다. 하지만 과학만큼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가 또 있을까. 
우리가 잘 모르고 어렵다며 외면한 과학은 어느새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섰다. 
‘공상’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더 익숙한 과학을 현실의 영역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더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로 과학을 방치할 수 없다. 
과학과 친해지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는 책 읽기다. 
최근 수년간 출판계 주요 아이템이 과학이란 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과학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라면 ‘과학책을 읽읍시다’ 코너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연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선정한 우수 과학도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철학이다"◇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장하석 지음. 지식플러스 펴냄. 440쪽/ 2만5000원. 

1859년, 다윈이 진화론을 가지고 세상에 나오면서 
인간이 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윈은 생명이 외부의 손길 없이 저절로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고, 
인간과 자연의 탄생을 하늘의 영역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다윈의 '진화론'을 불태웠으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발표한 지동설은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던 사람들 앞에 지구는 태양의 주변을 도는 일개 행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내놓은 것. 이로써 인간들은 하늘 너머에 지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

과학은, 이렇듯 실험실 속에 갇힌 학문이 아니다. 
사실 과학이라는 분야는 태동하던 시기부터 인간과 우리를 둘러싼 우주를 이해하는 '철학'의 한 영역이었다. 
과학 없는 말의 향연만으로는 인간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주라는 거대한 미지의 세계부터 우리의 뇌 구조라는 미세하지만 끝없는 세계까지. 
인류의 역사는 과학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과 석좌교수(49)가 자신이 평생을 연구해 온 '과학철학'을 아주 쉬운 표현들로 
정리해 책 한 권에 담았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라 고급 한국어가 어려운 만큼,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집필됐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으로 이름을 날린 형,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천재 형제'라 불리는 학자다.

그는 과학철학과학을 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을 내리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을 둘러싼 철학적인 내용은 그 자체만 놓고 봐도 분야가 너무 방대해서, 과학자들이 만일 여기에 집중한다면 
연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따로 빠져나온 학문 분야라고 설명한다.

과학철학은 과학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하지만, 이 태도는 과학자마다 그리고 철학자마다 다르다는 것이 
장 교수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과학철학자 두 사람, 칼 포퍼(Karl Popper) 토마스 쿤(Thomas Kuhn)도 각자 '반증주의와 비판적 사고', 
그리고 '패러다임을 따라가는 정상과학'이라는 상반된 시각에서 과학을 바라보고 있다.

과학이 이전의 이론을 뒤집어가면서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냐, 아니면 이전의 과학자들이 쌓아 둔 패러다임(paradigm, 
한 연구성과에서 파생된 과학적 전통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냐. 
과학자들이 갖는 태도의 차이에서부터 연구 방법이 달라지고, 다른 결과가 도출되며,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응용 상품들도 달라진다.

과학에 철학이 부족하면 어떠한 재앙이 발생하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응용 상품이 '핵폭탄'이지 않은가. 
미국인, 그리고 나치를 피해 미국에 와 있던 유럽 출신 과학자들의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가 전세계에 가져온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 결과를 낳았고, 현재도 낳고 있다.

"기술적 응용만 고려하면 과학의 문화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장 교수의 이 단호한 말은, 과학자들에게 던지는 말이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인 우리에게도 통용된다. 
올해는 겨울이 가기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와 사회와 나 자신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책을 읽읍시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최양희 장관 “기술과 문화의 융합 시대, 책에서 시작한다”

본지 '과학책 읽기'·'1천만원고료 과학소설공모전' 예정…"인문학적 사고와 과학적 인식론 만나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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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읍시다, 머투가 함께 합니다

최양희장관 "과학의 기술, 문화적 언어로 얘기하고 쓸 수 있어야"

[특별인터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읽는 것으로 상상력↑, 쓰는 것으로 자기생각 ↑"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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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읍시다] <1> '박진영의 공룡열전'…어른을 위한 유쾌한 공룡책

티라노사우르스, 알고보면 로맨티시스트? 맛깔나는 '공룡학 개론'(201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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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읍시다] <2>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과학에 철학이 필요한 이유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 철학이다"(201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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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읍시다] <14>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인간 대 비인간 다루는 과학을 ‘네트워크’로 이해

‘1+1=2’? 부동의 진리에서 벗어난 ‘사회적 해석’이 진짜 과학(201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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