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자(白華子) 홍신유(洪愼猷·1724~?)가 서울을 출발해 밀양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낙향하는 길이다. 하늘을 오르듯이 멀게만 여겼던 곳인데 말 타고 열흘 가니 도착한다. 그 사이 태어난 조카들의 얼굴을 보니 묻지 않아도 피붙이임을 알겠다. 고향 친구들은 이름조차 다 잊어버렸다. 밀양 산천이 좋다 해도 내 소유의 땅은 없어 앞으로 잘 살아갈지 의문이다.
하지만 낯익은 소나무와 국화를 보니 고향은 고향이다. 낙향해 꾸려 나갈 생계를 전부터 많이 고민했었다. 이제는 농사일이든 어부 일이든 해야 한다. 공부를 많이 하고 문과에 급제해도 서울에는 내가 차지할 자리가 없었다.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낙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