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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 가부장의 권리?

바람아님 2017. 2. 14. 07:09

(조선일보 2017.02.14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35]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고문으로 위촉됐다가 스스로 사퇴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발언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는 아내인 성신여대 심화진 총장의 교비 횡령 혐의에 대해, 그런 비리를 

저질렀다면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는 말로 심 총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진정한 군인인 자기가 아내를

살려둔 것은 아내가 결백하기 때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계백 장군 흉내 내기라면 매우 어쭙잖다.


그는 계백 장군처럼 초법적으로 가장의 생살여탈권을 행사하는 것이 군인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나 계백 장군이 황산벌 전투에 임하기 전에 가족을 죽인 것은 가장으로서 생살여탈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백제의 멸망이 확실한 상황에서 패장의 가족이 적들에게 당할 치욕을 막으려는 비장한 결단이었다.


공화정 시대 로마를 비롯한 수많은 전근대 국가와 사회가 가장에게 가족 생살여탈권을 부여했다. 

가장에게 그토록 강력한 지배·통솔권이 있다면 책임도 그만큼 중해야 할 텐데, 놀랍게도 가족의 죄에 대해서 가장이 대신 

벌 받도록 한 사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가장은 권리만, 가족은 의무만 지녔던 것이다.


서양은 기독교화하면서 성모 마리아에 대한 숭배와 함께 여성의 지위가 크게 향상됐다. 

그래서 중세 서양 문명의 꽃이었던 '기사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성에 대한 공경 계율이다. 

어렸을 때 서양 영화를 보면 아내에게 딴 애인이 생기면 서양 '신사'들이 아내를 닦달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은밀히 상대편 

남자를 죽이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근거 없는 의처증으로 아내를 들볶고 학대하는 것과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영화 속 서양 남자들의 행동이 전형적인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에게 

서양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사랑의 진수는 어떤 것일까? 영국의 문호 디킨스가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쓴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는 시드니 카튼이라는

냉소적 알코올중독자가, 루시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된 뒤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녀의 남편 대신 단두대에 오른다. 

좀 비현실적인 듯하지만 런던의 지가(紙價)를 올렸던 작품이다. 전인범 전 사령관에게 아내 대신 형을 살 수 있겠는가 묻고 싶다.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 이인규/ 

푸른숲주니어 푸른숲/ 

2015/ 275 p

808-ㅊ258팍-16 / 

[강서]3층 어문학실/ 

[정독]어문학족보실(2동1층)

책소개


더클래식 도네이션 세계문학 컬렉션 16권. 

프랑스 혁명이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압축해서 담아낸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이다. 작품에서 보여 준 두 도시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런던은 소박하고 안정적이며 고요한 도시인 반면, 파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민중의 저항과 울분이 가득한 도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거대한 역사 현장의 두 도시를 넘나들며 잊히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되새기게 만든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사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묘사로 유명해서 그동안 영화,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등으로 계속 공연되고 

재해석되어 왔다. 

특히 뮤지컬 분야에서는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며 공연되는 곳마다 찰스 디킨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알라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