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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뜨거운 가슴만으로는 경제현안 해결 못한다

바람아님 2017. 7. 18. 10:16
매경이코노미 2017.07.17. 11:30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기존 경제정책 조류를 뒤집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대표적이다.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전환은 이미 예견됐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향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예로 들어보면 부작용은 불문가지다. 임금소득을 올려 가계를 살찌우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의 관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몰락하면 임금을 지불할 주체가 없어진다. 가계를 구성하는 당사자로 임금소득자도 있지만 자영업자도 큰 몫을 차지한다.


현대경제학의 기초는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수립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요 공급의 법칙은 그의 작품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은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고 봤다. 수요 공급의 법칙은 경제 문제를 볼 때 수요 또는 공급이라는 한쪽만 보지 말고 모두를 균형 있게 보라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 소득을 올리지만 임금을 지불하는 자영업자 소득은 감소시킨다. 자영업자가 알바로 업종 전환하면 알바는 넘쳐나지만 이들을 고용할 자영업자는 줄어든다. 최저임금 인상이 알바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셈이다.


알프레드 마샬은 ‘경제학자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경제학은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일반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위해 무엇이 일반 국민을 궁핍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한다. 원인 규명에 뜨거운 가슴이 필요하다.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된다는 무신경으로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 일단 원인이 밝혀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냉철한 머리가 필요하다.


켈로그 시리얼은 켈로그라는 병원 잡역부에 의해 고안됐다. 그는 빵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는 환자들의 푸념을 듣고 연민의 정을 느끼곤 했다. 환자들의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이 빵 속에 있는 이스트기 때문에 이스트가 없는 빵 대용식을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시리얼이다.

모든 이가 알바 또는 비정규직의 고달픈 삶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을 1만원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올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을 모두 염원한다. 하지만 한쪽 시각에서만 보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 알바 또는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기업이나 사용자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원전 대신 바람과 태양을 이용하자, 녹조가 발생하니 보를 개방하자, 집세로 서민이 고통받으니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자, 성과 측정이 어려우니 성과급을 폐지하자, 공공성을 위해 철도 경쟁도 백지화하자는 주장 모두 한쪽만 보고 다른 면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뜨거운 가슴만 강조하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다듬어지지 않은 일종의 정책 실험이다. 한국 경제는 중병에 걸려 있다. 중환자를 대상으로 정책 실험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경제에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모두 필요하다.


이상빈 교수는 이번 호를 끝으로 경제칼럼 연재를 마감합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6호 (2017.07.12~07.1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