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중국] '제왕절개 애원' 임신부의 극단적 선택.."자기결정권 확보하라" 목소리

세계일보 2017.09.12. 09:21

제왕절개를 애원하다 진통을 참지 못하고 병원 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국의 한 여성과 관련해 가족과 병원 측이 서로 네 탓이라며 잘못만 떠넘기는 사이,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산시(陝西) 성 위린(楡林) 시의 한 종합병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다. 마씨로 알려진 26살 여성은 임신 42주였으며, 태아의 큰 머리로 난산위기에 부닥쳐 불가피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병원 측은 가족의 동의가 없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결국 여성은 병원 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통을 참지 못했다는 게 이유로 알려졌다. 산모와 태아는 모두 현장에서 숨졌다. 중국 현행법에 따르면 임신부의 제왕절개 수술은 가족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국 산시(陝西) 성 위린(楡林) 시의 한 종합병원 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과 관련해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마씨로 알려진 여성은 태아의 큰 머리로 난산위기에 부닥쳐 불가피하게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가족의 동의가 없다며 병원이 수술을 거부하면서 진통을 참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병원이 먼저 마씨를 내쳤다고 주장했다. 서로 네 탓만 하며 진실공방을 벌이는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만 억울한 일이 됐다. 중국 현행법에 따르면 임신부의 제왕절개 수술은 가족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중국 왕이신문 캡처.

대륙이 분노로 들끓자 마씨의 유족은 병원이 임신부를 내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네가 마치 마씨를 수술받지 못하게 한 것처럼 여론이 몰고 간다며 온갖 거센 비난이 쏟아진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병원 측은 마씨의 보호자가 먼저 제왕절개 수술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병원 관계자는 증거로 마씨의 남편이 도장을 찍은 제왕절개 수술 거부 서류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공개했다. 누구도 진실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네 탓만 하는 셈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씨만 억울할 일이다.

웨이보뿐만 아니라 중국 환구시보와 인민망 등에서 네티즌들은 “임신부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본래 임신부의 몸인 데다가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인생에서 출산마저 가족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냐면서, 자기결정권이 반드시 여성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숨진 여성의 가족이 수상하다”며 “일부러 자살로 몰고 간 것 아닌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마씨의 유족과 병원이 금전적 합의를 봤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는 모양새다.

마씨의 유족은 이번 일과 관련해 더 이상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이 중국발(發)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병원도 마씨의 유족에게 얼마를 지급할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