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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결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불리할까?"

바람아님 2017. 10. 4. 08:17

세계일보 2017.10.03. 17:01

 

A씨는 "부부생활을 하면서 남편이든 부인이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거나 받아주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비록 겉으로는 행복해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대개 부인은 결혼생활의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는 반면, 남편은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갈등을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이게 쌓이고 쌓이면 부인 혼자 속칭 '정신병자' 되는 것이며, 화병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C씨는 "부부 사이는 한쪽이 식으면 다른 한쪽도 결국 식게 된다"며 "이는 연인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사람이 먼저 식으면, 다른 한쪽에서 그 눈빛과 느낌을 보고 같이 식게 되고 결국 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D씨는 "지난 세월 돌이켜 생각해보니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며 "결혼해서 불행한 것보다 안 하고 혼자 살다 이 세상 조용히 뜨는 게 낫고, 자식도 책임지지 못할 거면 안 낳는 게 낫다"고 전했다.

E씨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인식과 가치관에 따라 말과 행동을 한다"며 "행복한 이는 배우자에게 감사를 표하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불행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불평*불만을 토로할테니 부정적인 영향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50세 이상의 결혼한 여성들은 자신의 결혼생활의 질(quality)에 남편보다 낮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의 부부 가운데 남편이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부인보다 더 만족스럽게 평가하는 것은 과거 다른 조사 결과와 비교적 일치한다.

미국의 학술지 계간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 Quarterly) 최신호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남편이든 부인이든 한쪽 배우자의 평가가 다른 쪽 배우자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자신들의 결혼에 대한 부부의 평가가 상당히 달라도 상대의 감정에 따라 평가가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논문 저자인 제프리 스톡스 일리노이대 사회학 교수는 "결혼생활에 대한 한쪽 배우자의 인식이 다른 쪽 배우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텔레파시를 통하는 게 아닌 의식적*무의식적 행동을 통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남편이든 부인이든 현재의 결혼생활에 대한 인식에 따라 애정이나 감사, 정서적 지원 등을 행동으로 표하는지 표현하지 않는지가 훗날 상대의 결혼생활 평가와 연계된다는 것이다.

◆부인의 결혼생활 만족도, 남편보다 낮은 '진짜 이유'

스톡스 교수는 2009년과 2013년 4년동안 소득 변화 관련 연구에 참여한 1만8000명 가운데 50세 이상 부부에게 배우자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는지와 얼마나 성가시고 짜증나게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2013년 조사에서 여성들은 결혼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균 2.99 점을 줬고, 남성들은 3.2점을 매겼다.

2009년 조사에서도 남녀 간 비슷한 차이가 났다. 전반적으로 결혼생활에 대해 남편보다 후한 점수를 준 부인은 29%에 불과했다.

결혼생활에 대한 남녀 간 이같은 평가 차이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전통적인 남녀 성역할로 인해 여성이 더 많은 감정노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스톡스 교수는 "결혼이 성별에 따른 불평등 제도라고 할 경우 남편이 결혼생활에서 얻는 게 부인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젊은 부부에 대한 연구에서는 결혼생활에 대한 남녀 간 평가 차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제 부부 역할이 평등해지는 쪽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면서도 젊은 부부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녀 간 평가 차이가 오랜 부부처럼 벌어질 수도 있다고 스톡스 교수는 전했다.

◆결혼생활 한쪽의 인식, 배우자 인식에도 영향

결혼생활에 대한 남녀 간 평가 차이를 다른 요인에서 찾는 설명도 있다.

부인들은 결혼생활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 비해, 남편들은 그렇지 못하고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갈등을 회피하거나 외면한다는 것이다.

스톡스 교수의 연구 대상 부부들은 결혼생활이 평균 35년 이상 됐지만,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결혼생활에 대한 견해가 변하는 유동적인 상태였다.

2009년 조사 때 남편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으면 4년 후 부인의 평가도 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부인이든 남편이든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을 경우 배우자의 생각도 더 부정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남편이든 부인이든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족을 나타내면 이는 배우자의 결혼생활 평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혼생활에 만족하면 이 역시 행동으로 나타나 배우자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굳이 연구가 필요 없는 결혼생활의 상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녀 간 인식 차이를 좁힐 만큼은 아니다라고 스톡스 교수는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