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전기 안 쓸 각오부터 (조선일보 2018.02.09 김태훈 기자)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김미형 옮김|엘리|264쪽|1만4000원 탈원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지만 원전 없는 삶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은 보기 어렵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지켜보며 탈원전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원전 폐지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다. 대신 자신의 일상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을 시작했다. 더 편안해지고 더 많이 누리고 더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면서 탈원전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냉장고와 에어컨, 전기청소기 등을 모두 처분했다. 전기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면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꿔야 했다. 소유에 집착하던 이전의 자신을 버리고 남과 물건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가전제품 매뉴얼을 익히지 않게 되자 오히려 삶이 단순하고 여유로워졌다. 저자는 10년에 걸친 퇴사 준비 과정을 담은 책 '퇴사하겠습니다'로 우리에게 낯익다. |
"중국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조선일보 2018.02.09 이한수 기자)
쉬즈위안 지음|김태성 옮김|이봄|456쪽|2만원 저자 쉬즈위안(許知遠·42)은 중국에선 드문 독립적 지식인이다. 베이징 시내에 인문책방을 열고 인터넷 블로그에 역사적 성찰을 담은 글을 쓰며 경제 잡지를 창간해 중국 경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이전 출간한 '미성숙한 국가'에서 중국은 자기중심 세계에 빠져 있다고 조롱했고, 중국과 대만을 여행하며 쓴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에선 급격한 경제성장 뒤안에 있는 노동자·농민의 신산스러운 삶을 파헤쳤다. '국가 3부작'의 완결편이라는 이번 책에선 외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의 현재를 돌아본다. 인도·부탄·러시아·독일·이집트·영국·미얀마 등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을 통해 관련 책을 떠올리고 끊임없이 중국의 현실로 돌아오면서 철학적 성찰을 덧붙인다. 저자는 "다른 민족의 삶과 풍속을 보여줌으로써 나의 동포인 중국인들에게 변화를 권하려는 것"이라며 "스스로의 결점과 부족함을 이해하고 자신이 독특하다고 여기는 것이 사실은 전혀 독특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읍시다"고 말한다. 서양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를 계급적 입장에서 이해하는 척했던 중국이 지금은 이익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곳곳에서 날을 세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제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낸 군중의 힘을 떠올리면서 저자는 말한다. "나는 중국에 갑자기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을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의 정치 상황은 카이로와 같을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진동을 줄이고 순조로운 변혁을 이뤄낼 수 있단 말인가?"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는 저자에 대해 "우리 세대 가장 중요한 중국 지식인"이라고 했다. 체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해 지적 최전선에서 고민하는 중국 지식인의 사유와 성찰을 농밀하게 읽을 수 있다. |
겉으론 당당, 속으론 쓸쓸 (조선일보 2018.02.09 유석재 기자) 파리의 여자들 장미란 지음|문학동네|376쪽|1만6000원 심리학자인 저자가 클레르라는 파리 여성에게 '다음 두 번째 생에서 여성으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어봤다. "아! 나는 두 번째 인생만으로는 안 돼. 세 번째, 네 번째 생이 있어야 해. 이뤄지지 않았던 사랑, 시작도 못 했던 사랑을 한 번씩 다 해보아야 하니까…." 이 책은 일견 화려하고 세련돼 보이는 파리 여성들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 "그들은 자유롭고 당당하며, 때로 파격적이고 반항 정신이 있다. 원하는 게 뭔지 아는데 그 앞에서 머뭇거리는 걸 바보 같은 짓이라고 본다." 하지만 세계에서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복용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부유층 아파트의 이민자 출신 여성 경비원과 귀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남작 부인, 동서 냉전을 겪고 홀로 늙어 가는 여성의 내밀한 속내를 문학적인 필치로 추적한다. 저자의 남편인 사회학자 정수복의 '파리일기'도 같은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
'人文,社會科學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책꽂이가 궁금합니다] 두께는 평균 500쪽… 사람과 문명을 이해하는 책 (0) | 2018.02.11 |
---|---|
[Why] 맥가이버 칼처럼… 다양한 '생각 도구'가 있어야 좋은 삶 (0) | 2018.02.10 |
[이코노 서가(書架)] 가상화폐까지 등장… 金의 역할 끝났나 (0) | 2018.02.05 |
[새책] 나라를 다스린 왕, 山神이 되다외 (0) | 2018.02.02 |
[신간] 경제학의 배신, 시장지상주의 중독을 치료하라 (0) | 2018.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