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다스린 왕, 山神이 되다 (조선일보 2018.02.02 이한수 기자) 신이 된 인간들 박정원 지음|민속원|364쪽 | 2만4000원 하늘과 맞닿은 산 정상에 서면 절로 경외감이 든다. 옛 사람들은 산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고대 사회에서 산신(山神)은 신성한 권력의 상징이었다. 권력은 하늘로부터 내려왔으며 권력을 받는 장소는 하늘과 가까운 산 정상이었다. 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 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이 산신이 되었다는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리학 세례를 받은 조선 시대에는 국왕이 산신이 되는 사례가 사라진다. 대신 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단종이나 금성대군 같은 이들이 산에 신령으로 깃든다. 토함산·지리산·팔공산·계룡산·태백산·속리산 등 우리 산에 깃든 산신의 신화와 역사를 서술한다. '월간 산' 기자인 저자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연려실기술' 등 문헌을 섭렵하고 직접 산을 답사하면서 채록한 이야기를 버무려 우리 산신 신화의 다양한 양태를 복원했다. << 블로그 내 산신(山神) 관련 게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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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線 넘었지만 편견에 우는 탈북민 (조선일보 2018.02.02 유석재 기자)
주승현 지음 | 생각의힘 | 200쪽 | 1만4000원 "너 왜 왔어?" 북한군 심리전 방송 요원으로 복무하다 휴전선을 넘어 탈북한 저자에게 한국 측 담당관이 싸늘하게 건넨 첫 질문이었다. 얼떨결에 "다시 돌아갈까요?"란 말을 뱉은 순간 공포가 엄습했다. 그는 '사선(死線)을 넘어왔건만 또 다른 사선이 기다리고 있구나'라고 직감했다. 과연 그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찾아간 주유소마다 퇴짜를 맞았고,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한 식당에서 월급을 받아 보니 자신보다 덜 일한 동료보다 수십만원이나 적었다.
개인적 체험과 사회학적 분석이 어우러진 이 책을 통해 편견·차별과 이질감 속에서 부유하는 탈북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온 통일'이라고 했던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섰지만 함께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가물다며 "그들과 함께 사는 일은 상생(相生)의 통일을 위한 중요한 예행연습"이라고 말한다. | ||
시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소녀 (조선일보 2018.02.02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조금은 덜 외로운 고이케 마사요 지음 | 한성례 옮김|걷는 사람 | 335쪽|1만4000원 일본 시인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59)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이미 10권의 시집을 내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춘 시인이지만 소설도 여러 권 써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전생회유녀(轉生回遊女)'. 연극배우였던 어머니를 잃은 소녀가 어머니처럼 배우가 되기로 한 뒤 방황하는 과정을 '환생(還生)'의 차원에서 그려냈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 목에 탯줄이 감겨 어렵게 세상에 나왔다. 의식에 남아 있지도 않은 경험이 주인공의 삶을 지배한다. "숨이 막히고 목 주위로 감겨 있을 리 없는 매끈한 끈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가 되돌아왔다는 불가사의한 느낌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 모친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 소녀는 공원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 의지하며 산다. "유심히 살펴보면 나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한 명의 남자다. 그 목소리는 나를 사로잡는다"며 나무를 통해 환상을 음미하는 소녀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자유분방하게 여러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되풀이한다.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늘 이별을 꿈꾸는 소녀는 자신에게 돌아와 튼튼한 은행나무처럼 수직으로 뻗어가는 식물적 삶을 산다. 나무가 삶의 중심이기 때문에 소녀는 타인과의 만남을 호흡하듯 한 뒤 나무처럼 쑥쑥 성장하는 것. 소녀는 "떠돌며 다시 태어나는 거다"며 "데굴데굴 굴러가리라, 단단하고 작은 돌멩이처럼. 매일 환생하면서"라고 중얼거린다. 시인이 쓴 소설답게 몽환적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을 우리말로 옮긴 한성례 시인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 소설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강한 메시지를 드러낸다"며 "그 감촉이 관능적이고 야성적이다"고 풀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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