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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나라를 다스린 왕, 山神이 되다외

바람아님 2018. 2. 2. 10:13


나라를 다스린 왕, 山神이 되다


(조선일보 2018.02.02 이한수 기자)


나라를 다스린 왕, 山神이 되다신이 된 인간들

박정원 지음|민속원|364쪽 | 2만4000원


하늘과 맞닿은 산 정상에 서면 절로 경외감이 든다.

옛 사람들은 산에 신령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다.

고대 사회에서 산신(山神)은 신성한 권력의 상징이었다. 권력은 하늘로부터 내려왔으며

권력을 받는 장소는 하늘과 가까운 산 정상이었다. 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 시대에

이르기까지 왕이 산신이 되었다는 기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 단군은 나라를 1908년 동안 다스리고 산신이 되었다.

성리학 세례를 받은 조선 시대에는 국왕이 산신이 되는 사례가 사라진다.

대신 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단종이나 금성대군 같은 이들이 산에 신령으로 깃든다.

토함산·지리산·팔공산·계룡산·태백산·속리산 등 우리 산에 깃든 산신의 신화와 역사를

서술한다. '월간 산' 기자인 저자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연려실기술' 등 문헌을 섭렵하고 직접 산을 답사하면서

채록한 이야기를 버무려 우리 산신 신화의 다양한 양태를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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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데이비드 메이슨 '山神'


[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데이비드 메이슨 '山神'


산신(山神) : 한국의 산신과 산악 숭배의 전통
David A. Mason / 신동욱/ 한림출판사/ 2003/ 187p
388.2-ㅁ442ㅅ/ [강서]2층 자료실서고(직원문의)    

 


동양학자 조용헌이 추천 '기운 샘솟는 명당 22곳'
           




死線 넘었지만 편견에 우는 탈북민                


(조선일보 2018.02.02 유석재 기자)


死線 넘었지만 편견에 우는 탈북민조난자들

주승현 지음 | 생각의힘 | 200쪽 | 1만4000원


"너 왜 왔어?"

북한군 심리전 방송 요원으로 복무하다 휴전선을 넘어 탈북한 저자에게

한국 측 담당관이 싸늘하게 건넨 첫 질문이었다.

얼떨결에 "다시 돌아갈까요?"란 말을 뱉은 순간 공포가 엄습했다.

그는 '사선(死線)을 넘어왔건만 또 다른 사선이 기다리고 있구나'라고 직감했다.

과연 그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찾아간 주유소마다 퇴짜를 맞았고,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한 식당에서 월급을 받아 보니 자신보다 덜 일한 동료보다 수십만원이나 적었다.


'25분 만에 비무장지대를 건너 10년 만에 통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저자는

개인적 체험과 사회학적 분석이 어우러진 이 책을 통해 편견·차별과 이질감 속에서

부유하는 탈북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온 통일'이라고 했던 탈북민이 3만명을 넘어섰지만 함께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가물다며

"그들과 함께 사는 일은 상생(相生)의 통일을 위한 중요한 예행연습"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소녀


(조선일보 2018.02.02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시인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 소녀조금은 덜 외로운

고이케 마사요 지음 | 한성례 옮김|걷는 사람 | 335쪽|1만4000원


일본 시인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59)의 소설이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이미 10권의 시집을 내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춘 시인이지만 소설도 여러 권 써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전생회유녀(轉生回遊女)'. 연극배우였던 어머니를 잃은 소녀가

어머니처럼 배우가 되기로 한 뒤 방황하는 과정을 '환생(還生)'의 차원에서 그려냈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 목에 탯줄이 감겨 어렵게 세상에 나왔다.

의식에 남아 있지도 않은 경험이 주인공의 삶을 지배한다.

"숨이 막히고 목 주위로 감겨 있을 리 없는 매끈한 끈의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다"며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가 되돌아왔다는 불가사의한 느낌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


모친의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 소녀는 공원에 서 있는 은행나무에 의지하며 산다.

"유심히 살펴보면 나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한 명의 남자다.

그 목소리는 나를 사로잡는다"며 나무를 통해 환상을 음미하는 소녀의 성장기가 펼쳐진다.

자유분방하게 여러 남자를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되풀이한다.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늘 이별을 꿈꾸는 소녀는

자신에게 돌아와 튼튼한 은행나무처럼 수직으로 뻗어가는 식물적 삶을 산다.

무가 삶의 중심이기 때문에 소녀는 타인과의 만남을 호흡하듯 한 뒤 나무처럼 쑥쑥 성장하는 것.

소녀는 "떠돌며 다시 태어나는 거다"며 "데굴데굴 굴러가리라, 단단하고 작은 돌멩이처럼.

매일 환생하면서"라고 중얼거린다. 시인이 쓴 소설답게 몽환적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을 우리말로 옮긴 한성례 시인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 소설이지만,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강한 메시지를 드러낸다"며

"그 감촉이 관능적이고 야성적이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