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1.29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아이켄그린 교수의 '황금족쇄']
두차례 세계대전 겪는 동안 요동친 금본위제의 역사 정리
황금 족쇄 : 금본위제와 대공항, 1919~1939년
배리 아이켄그린/ 박복영/ 미지북스/ 2016/ 803p
327.23-ㅇ176ㅎ/ [정독]인사자실(2동2층)
최근 가상 화폐 논란은 유사 이래 화폐가 금(金)으로부터 이탈해온 역사의 정점(頂點)을
이루는 것 같다. 금 실물과 무관하게 오직 거래 참여자 간에 신뢰만으로 화폐 역할을
수행하는 자산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실물 화폐로서 금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때 금의 가치에 대한 집착이 세계경제의 향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금융위기와 경제변동론의 대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저서 '황금족쇄'에서 2차례 세계대전 사이, 그 혼란스러웠던 역사를 정리했다.
1차 세계대전 이전 금본위제(화폐 가치를 금 가치에 고정시키는 화폐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와 금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는 믿음(금태환성)을 자국과
거래 상대국에 심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금의 가치를 정치적으로 고정시키려 했던 이 제도는 시장 원리에 비춰볼 때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1차 세계 대전 이후 각국의 정치 지형도는 급변했고,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많은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금으로 표시한 자국 통화의 가치를 경제 상황에 따라 절상 또는
절하하려는 유인이 항상 존재했다.
1931년 영국이 평가절하를 단행했을 때 케인스는 황금 족쇄가 비로소 깨졌다고 반겼다.
그러나 평가절하는 출발조건이었을 뿐 더욱 확장적인 재정 통화 정책이 수반되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1929년 월가의 주가 폭락이 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1930년대의 대공황으로 이어졌는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은행 도산을 방지할 목적으로 공급한 유동성이 오히려 금태환성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예금 인출을 가속화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역사상 금본위제를 기반으로 하는 고정환율제의 폐해를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변동환율제가 만능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수많은 사례와 이론을 통해 고정 대 변동, 긴축 대 확장, 성장 대 분배 등 경제 정책이
흑백 논리를 따르거나 특정 이념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경제 문제는 경제 교과서의 논리만이 아니라 비경제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역사를 함께 이해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설령 금과 지폐를 넘어 가상화폐의 시대가 오더라도 이 책이 던져주는 국가 간 협력과 공조라는 위기 대응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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