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포럼>최악 失業사태 불러온'역주행 정책'

바람아님 2018. 4. 13. 08:46
문화일보 2018.04.12. 12:00


고용시장 현황이 매우 충격적이다. 지난 2월 말 고용동향을 보고는 설마 했었다. 그러나 3월 발표 자료를 보면서 고용 불안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떠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공무원 채용을 늘리고,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처참한 성적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2월 이후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창출된 취업자 수가 10만 명대에 머물러 있다. 매월 전년 동월 대비 30만 명 내외로 안정적으로 창출되던 취업자가 10만 명대로 급격하게 떨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실업자(失業者)도 125만7000명으로 지난 1월 이후 3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3월 기준으로 볼 때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실업률도 늘어 4.5%에 이르렀는데, 이는 3월 기준으로 볼 때 17년 만의 최고치다.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미국이나 일본은 실업률이 20여 년 만에 가장 낮다는 점에서 실업률 증가는 국내적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부문별로 보면,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주도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각각 8만8000명과 5만9000명이 늘었다. 반면에 사회적 취약층이면서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업과 교육서비스업 부문에서 각각 9만6000명과 7만7000명이 줄었다.


정부는 최근 고용시장 동향을 매우 심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자료를 발표한 통계청이 최근 고용 악화가 노동 공급이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군색하고 유치하며 안이한 해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업자 증가는 노동 수요에서 나오는 것이다. 노동 공급이 줄어들면 같은 노동 수요라면 실업률은 오히려 줄어야 한다. 통계청은 17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과 최근 3개월 연속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를 공급 감소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정부는 시장(市場)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과 검증되지 않는 허술한 논리로 경제를 실험하려는 무모한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당장 최저임금을 보면 이미 시간당 1만 원에 이르렀다. 1989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16.4%의 인상률로 책정된 7530원에, 통상임금으로 분류된 정기상여금과 한국의 독특한 주휴수당을 합산하면 그렇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회적 약자층의 소득을 높이고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소득분배 개선은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할 수 있다는 정부 의도와 결과는 달랐다. 역설적으로 이들 계층의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문제는, 충분한 정책 수단이 있는데도 정치인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이 정책들을 채택하지 않는 데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통한 고용 활력 강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 부문 시장 활성화, 관광·의료 등 국민 수요가 높은 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로 국내시장 활력 강화 등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기득권층과 타협 및 이념적 설득이 가능한 현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이거나 당장의 인기를 위한 임시방편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제, 다음 세대에 건강한 경제를 물려 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