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8.14 03:12
미크로네시아 제도 야프(Yap) 섬은 거대한 돌돈(stone money)으로 유명한 곳이다. 라이(Rai) 혹은 페이(Fei)라 부르는 이 돌돈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디스크 모양으로 큰 것은 지름이 무려 4m에 이른다.
야프 원주민은 뗏목을 타고 400㎞나 떨어진 팔라우(Palau) 섬이나 뉴기니에서 돌을 깎아 날랐다고 한다. 이처럼 어렵게 구해온 돌돈은 축제 마당과 같은 공공 장소에 세워두고 마을 사람이 한데 모여 가치를 매긴 다음 족장의 승인을 얻으면 식량과 맞교환하거나 정치적 거래 또는 결혼 선물용으로 쓰였다.
고고학자와 재정학자로 구성된 미국 오리건대 연구진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돌돈 유통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돌돈은 화강암을 캐내어 만들었고 비트코인은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내 채굴한다. 돌돈이 공개적인 장소에 세워져 있으며 모두가 그 크기와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디지털 공간에 보관돼 있으면서 누구든 정확도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둘 다 흥정과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사점은 여기까지다. 화폐란 본디 차용이 가능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돌돈은 이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거대한 돌돈은 잘게 나눠 작은 단위로 사용할 수 없고 이동이 불가능했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개념이 사뭇 추상적이며 일단 사용자가 너무 적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 현대판 돌돈에 '암호 화폐'라는 이름을 붙여 괜스레 더 의뭉스럽게 만들었다. 외국에서는 종종 '가상 화폐(VC·virtual currency)'라 부른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가상 화폐가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미국에서는 금년 상반기에만 블록체인 투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나는 가상 현실(VR) 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것만큼 가상 화폐의 도약도 현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굳이 거들떠봐야 한다.
야프 원주민은 뗏목을 타고 400㎞나 떨어진 팔라우(Palau) 섬이나 뉴기니에서 돌을 깎아 날랐다고 한다. 이처럼 어렵게 구해온 돌돈은 축제 마당과 같은 공공 장소에 세워두고 마을 사람이 한데 모여 가치를 매긴 다음 족장의 승인을 얻으면 식량과 맞교환하거나 정치적 거래 또는 결혼 선물용으로 쓰였다.
고고학자와 재정학자로 구성된 미국 오리건대 연구진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과 돌돈 유통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돌돈은 화강암을 캐내어 만들었고 비트코인은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내 채굴한다. 돌돈이 공개적인 장소에 세워져 있으며 모두가 그 크기와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디지털 공간에 보관돼 있으면서 누구든 정확도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둘 다 흥정과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사점은 여기까지다. 화폐란 본디 차용이 가능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돌돈은 이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거대한 돌돈은 잘게 나눠 작은 단위로 사용할 수 없고 이동이 불가능했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개념이 사뭇 추상적이며 일단 사용자가 너무 적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 현대판 돌돈에 '암호 화폐'라는 이름을 붙여 괜스레 더 의뭉스럽게 만들었다. 외국에서는 종종 '가상 화폐(VC·virtual currency)'라 부른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가상 화폐가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미국에서는 금년 상반기에만 블록체인 투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나는 가상 현실(VR) 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것만큼 가상 화폐의 도약도 현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굳이 거들떠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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