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0.13 권희린 장충고 교사)
권희린 장충고 교사
"선생님, 뒤의 애들이 '×나' 떠들어요."
교단에 선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들은 첫마디였다.
학생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나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모
든 대화는 비속어로 시작하고 끝이 났다.
처음에는 내가 만만해 보여서일까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그들의 일상이며 문화라는 것을. 체벌과 잔소리를 하더라도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쁘니까 쓰지 마!"보다 "쓰는데 알고 써!"로.
바로 그것이 비속어 수업의 시작이었다.
자주 쓰는 비속어를 하나씩 골라 오늘의 단어로 정했다.
그 단어를 언제 쓰는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보고 그 어원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이게 교육적으로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오늘의 단어는 '×발'이네"라며 합법적(?)으로 비속어를 말하는 날에는 자괴감이 들었다. 성악설이 맞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비속어를 쓰면 서로 지적했고 '×(남성 성기)같다'는 '꽃같다'로 대체해 쓰자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그들은 그저 언어의 과도기 속에서 거친 방황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올바른 언어 습관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다시금 외치기로 했다.
비속어는 나쁜 말이니까 쓰지 말라는 뻔한 충고 말고 '×랄'도 잘 알고 쓰자며 뻔뻔한 어른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이 책 '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우리학교)가 나왔다.
무심코 내뱉는 많은 B급 언어가 어떤 의미의 말인지 알고 분별력 있는 언어 사용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B끕 언어'의 저자이지만 'A급 언어'가 더 인기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 (욕하는 게 뭐 어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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