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또는 강화? 대북 정책 놓고 한·미 언쟁’ ‘두 한국, 제재에도 철도·도로 연결 추진 합의’ ‘문재인 : 북한 완전 비핵화의지 있다’.
최근 며칠 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 언론 지면을 장식했던 제목들이다.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끈 제재를 동맹국이자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무너뜨리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실제로 북한 문제를 두고 한·미 간 파열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개 경고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강 장관에게 항의 전화를 했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7일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계되고 한·미의 목소리가 일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내 여론은 북한이 오랫동안 펼쳐온 외교 전략을 한국이 도와주고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한국이나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아보면 대개 북한의 두 가지 외교 전략에 잘 대응했는지로 수렴된다. 하나는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전략, 다른 하나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에 대한 대응이다. 북한은 입만 열면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며 한국과 미국의 거리를 벌리려 애를 쓰고 있고, ‘핵 강국’을 주장하며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압박을 계속 넣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보고 있으면 이 두 가지 전략이 북한의 뜻대로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은 함께 가야 한다는 미국의 계속된 요청에도 문재인 정부는 철도·도로 연결 11월 말∼12월 초 착공 합의 등 남북관계 개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다. 비핵화를 간과한 남북관계 개선과 섣부른 대북제재 해제는 ‘핵 있는 평화론’을 고착화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가 왜 비핵화 행보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느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이 와닿을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의 눈에 북한은 수차례 국제사회와 맺은 비핵화 합의를 깬 요주의 정권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해도, 10년 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이후 북한의 핵 개발을 지켜봤던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요청을 거절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얼마나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탈북 외교관 태영호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프랑스는 2000년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 수교관계를 맺을 때도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외교관계 수립을 거부했고, 현재도 맺고 있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목적지인 비핵화를 향하는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승객들이 늘어나면 운전자는 운전대를 놔야 하는 순간을 맞을 수 있다.
suk@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서남북] '그놈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0) | 2018.10.25 |
---|---|
<사설>KDI도 비판한 과도한 親勞정책 하루빨리 시정해야 (0) | 2018.10.24 |
“독도함을 망한 나라의 함정으로 만들다니…” (0) | 2018.10.22 |
[사설]北 '정상국가化' 동력은 제재, 섣부른 '완화' 운운할 때 아니다 (0) | 2018.10.21 |
북한이 괴물같다며 없애자는 '유엔군사령부', 어떤 기구? (0) | 2018.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