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24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다가 엉뚱한 상상을 했다.
영화 초반, 그룹의 미래가 밝아보이지 않는다며 보컬 자리를 박차고 나간 한 멤버에 대한 생각 말이다.
그가 나갔기 때문에 그곳에 프레디 머큐리가 들어갈 수 있었고, 훗날 전설적 그룹 '퀸'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본다면 어땠을까.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그 기념비적 공연에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이 보여준 그 엄청난 에너지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면서 말이다.
1983년 음반 녹음 직전 쫓겨난 한 남자가 복수를 결심하며 록밴드를 결성한다.
그의 이름은 데이브 머스테인. 그가 만든 밴드 '메가데스'는 2500만장 이상 앨범 판매량을 올리며 최고 밴드로 등극한다.
흥미로운 건 그가 인터뷰에서 자신을 '패배자'라고 말한 것이다. 문제는 그가 쫓겨난 그룹의 정체였다.
헤비메탈계의 전설이 된 메탈리카였기 때문이다. '메가데스'와 그는 넘치게 사랑받았다. 하지만 그의 기준이 된
메탈리카(1억8000만장 이상 판매)만큼은 아니었다.
누가 뭐라든 데이브 머스테인은 평생 자신을 루저로 생각했던 것 같다.
비틀스의 잊혀진 멤버 '피트 베스트'에 대한 얘기도 기억할 만하다. 드러머였던 그 역시 비틀스에서 쫓겨났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한 '링고 스타'와 비틀스를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흥미로운 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가 한 인터뷰 내용이다.
비틀스가 잘나갈수록 그의 인생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룹에서 쫓겨난 덕에 인기나 돈이 아닌 다른 것에 가치를 두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로 그는 지금의 단순한 삶이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까칠한 비틀스 멤버 속에 낙천적 링고 스타가 없었더라면 '비틀스'의 역사 역시 어떻게 변했을지 알 수 없다.
'퀸'의 노래를 듣는 이 순간에도, 삶의 균형은 어떻게든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보헤미안 랩소디' 400만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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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에 이어 전 세계 흥행국 2위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에는 한겨울인데 청바지에 흰 러닝셔츠만 입은 관객들로 붐볐다.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기일인 11월 24일에 맞춰 생전 그가 공연에서 즐겨 입던 패션을 따라 입은 것이다. 이날 이곳에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싱어롱 상영회가 열렸다. 흰 러닝셔츠를 입고 극장을 찾은 윤상혁(26)씨는 "집에 가면 계속 퀸 노래가 맴돌아 견딜 수가 없어 보헤미안 랩소디만 세 번째 관람했다"며 "특히 싱어롱은 추모 열기 덕분인지 노래만 나오면 스크린을 가리든 말든 온 관객이 벌떡 일어설 만큼 열광의 도가니였다"고 했다.
러닝셔츠 등 프레디 머큐리를 흉내 낸 패션을 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메가박스
24일엔 개봉 후 하루 최다 관객인 39만명이 몰리며 누적 관객 수 427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흥행한 음악 영화 '비긴어게인'(343만명)과 '라라랜드'(359만명)를 뛰어넘었고, 퀸의 고향인 영국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 흥행국 2위에 올랐다. 개봉 첫날 811개였던 스크린 수는 24일 1136개로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음악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레미제라블'(592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열풍에는 20~40대 사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싱어롱이 한몫했다. 부산에 사는 김정원(26)씨는 23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모인 20여 명과 '콧수염에 가죽 재킷'이란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싱어롱 관람을 했다. 김씨는 "싱어롱 상영 끝나기 전에 많이 봐둬야 한다며 열 번 넘게 본 분도 있더라"고 했다. 전국 영화관 중엔 서울 영등포 CGV와 강남 코엑스 메가박스가 가장 열기가 뜨겁다. 영 화 팬들 사이 영등포 CGV는 '웸등포', 코엑스 메가박스는 '코블리'라고도 불린다. 퀸의 가장 유명한 공연 '라이브 에이드'가 열린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의 이름을 딴 것이다. 퀸과 관련된 책들과 공연 DVD, 음반도 쏟아져 나온다. 25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퀸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담은 영상이 DVD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유니버설뮤직 산하 브라바도는 퀸 열풍에 맞춰 대표 앨범 커버를 담은 티셔츠 7종을 재발매했다. 20~30대 사이에선 프레디 머큐리가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때 찼던 징 박힌 팔찌, 그가 즐겨 신은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 삼바'가 인기다. CGV와 메가박스 관계자들은 "연장을 거듭해 27일까지 상영할 계획이었지만,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아 또 연장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2018) 미국 외/ 12세 관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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