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자원 산업에 커다란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호황을 누리던 북한 지하지원 수출은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동안 수출을 많이 한 광산과 탄광일수록 그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 지금의 수출 중단 사태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북한 광업은 과거와 같은 큰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말 수출 없이도 연간 4300만t의 석탄을 생산한 적이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불어닥친 고난의 행군 시대를 기점으로 북한 광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가 재정 부족으로 인한 투자 부진과 자연재해로 북한 광업도 미증유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가장 극심한 타격을 받은 1990년대 말 북한 석탄 생산은 1900만t까지 급감했다. 그 시기에 많은 광산과 탄광이 멈춰 섰고 종업원들은 다른 생계 수단을 찾아야만 했다. 성장 엔진이 멈춘 시기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북한 지하자원 산업은 별로 좋아지지 못했다. 위기에 빠진 북한 광업을 구해준 것은 중국 기업이었다. 2010년 이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석탄 등 많은 지하자원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국에 필요한 지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 광산과 탄광에 생산 장비 및 운반 트럭을 제공했고 탄광 종업원에게 식량과 의복을 제공했다. 중국 기업이 북한 지하자원 산업 성장에 불을 당긴 셈이다. 중국 기업의 수입과 투자 덕분에 북한 광업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석탄이 북한 광업 성장을 견인했다. 북한에서 석탄은 수출과 전력 공급 등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한때 석탄 수출로만 한 해에 13억달러가 넘는 외화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북한 광산에 커다란 단비를 안겨줬다.
과거 1980년대 북한 광업 호황기는 순전히 북한의 자체적인 힘에 의해 이뤄졌다면 2010년 이후 북한 광업, 특히 석탄 산업은 순전히 중국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6~7년의 짧은 기간에 불과했지만 북한 석탄은 대중 지하자원 수출로 많은 외화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운수 산업 발전과 장마당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막대한 수출 물량을 운반하기 위해 운수 회사가 생겨났고 운수업을 지원하는 음식업과 숙박업도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과거 1970년대 남한의 탄광 지역 경기와 비교할 정도는 못 되지만 북한 탄광 지역은 다른 어떤 북한 지역보다 돈 냄새가 많이 배어 있었을 것이다.
올해 초 그러한 호황은 사라지고 없다. 북한 광업과 무역 회사에 종사하는 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수도 있다.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 그동안은 중국 수출에서 얻은 외화로 종업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생산에 필요한 장비도 구매할 수 있었다. 독립 채산제가 광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독립 채산제 정책이 광산에 독(毒)이 될 수 있다. 북한에서 배급제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한다. 북한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광산 종사자가 있다. 그들의 생계를 북한 당국은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모든 지하자원 수출이 중단되고 있다. 올해는 그 첫 해에 불과하다. 만약 유엔(UN) 제재가 계속된다면 북한 광업은 또다시 고난의 행군 시대에 버금가는 큰 시련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수출 수요가 계속 중단된다면 탄광 생산은 반 토막 이하로 급감할 수 있다.
이제 남한이 나설 때다. 중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의 지하자원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중국이 멈칫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에 빼앗기고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유엔 제재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나름의 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현명한 정부 정책을 기대해본다.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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