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훈 2018.12.31 기자 변지희 기자)
‘백척간두(百尺竿頭)’, ‘누란지위(累卵之危)’, 그리고 ‘용두사미(龍頭蛇尾)’.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외교활동을 이같이 평가했다.
연초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결실이 초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북한 쏠림’ 현상이 짙게 나타나면서, 한미 동맹이 상당히 약화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문재인 정부는 올해 남북관계를 중심축으로 해서 4강외교를 활성화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북핵 문제에만 올인을 했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도 우리측은 너무 선의로만 생각해
그 뒤에 있는 전략적 변수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북한만 바라봤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며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큰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9·19 남북 군사합의서 체결로 안보 위기를 자초했다며 ‘안보참사’, ‘재앙’이라고까지 평가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북한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군사분야 합의로 우리의 안보 역량만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면서
"북한 비핵화는 아직까지 이뤄진 게 없는데도 군사합의서엔 비핵화 관련 내용이 일언반구도 없다"고 꼬집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한미가 북한 비핵화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이게 사기극이라는 게 드러났다"며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건 아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희망을 봤다는 평가도 있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18년은) 비핵화 논의의 출발점이 된 해였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 체제의 출발이 된 해"라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작년에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한반도 상황이 대화와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여정으로 돌입하는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는 "비핵화 회담이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상황은 아니다"며 "‘우여곡절 속 희망’이 보인 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올해)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까지 진지하게 논의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내년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폐기까지 논의하는 본격 협상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2018년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총평’.
(교수 성명 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 교수 -2018년은 ‘대전환’의 해였다. 밑그림을 그렸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지속으로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은 어려웠지만, 군사부분에서 긴장완화 조치에 합의한 것은 큰 진전이다.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의 기둥을 세운 것도 북미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본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등 선행동조치를 통해 신뢰쌓기를 하고 동시행동으로 넘어 가려했지만, 신뢰부족으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정체 국면에 빠졌다.
관계개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의 지붕을 씌우고 본격 기동을 하려면 당사국들이 신뢰를 가지고 비핵평화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비핵평화 문제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하위구도로 들어간다면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본격화 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
-2018년은 ‘우여곡절 속 희망’이 보인 해였다. 1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비핵화 회담이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 -2018년은 기대 수준은 높았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많지 않은, ‘선고 후저’의 해였다. 실상은 북핵 문제에만 올인을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북미 간 중재외교를 표방했다. 일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제한된 성과를 얻었다고 볼 순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도 우리측은 너무 선의로만 생각해 그 뒤에 있는 전략적 변수를 간과했다. 이때문에 실질적 진전이 더디게 됐다. 성공적인 중재외교에 도달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내실있게 다녀갔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재 외교 과정에서 한미 동맹을 단단하게 가져가기 보다는 연합훈련 중단이나 군사합의서 채택으로 인해 동맹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면 중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느냐. 여전히 사드 사태 이후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 높아진 기대수준과 달리 상당히 미미한 성과에 만족할 수 밖에 없는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2019년을 반등의 해로 삼아야 한다. 반등하려면 올해처럼 남북관계에 기대기보다는 반대로 동맹 관계나 한미일 3각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진전을 이뤄내는 정반대의 접근을 해야 한다. |
-2018년은 ‘지난 10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1년에 이룬’ 해다. 작년에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한반도 상황이 대화와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여정으로 돌입하는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상전벽해’와 같은 해였다고 평가한다. |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2018년은 안보에 관한 한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해’ 였다. 우리 역량을 깔아뭉갰다. 내년에는 우리 정부가 정론을 준수하는 안보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
◇남성욱 고려대 교수 -2018년은 ‘카오스(chaos)’의 해였다. 올해는 혼돈과 혼란의 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갈피를 못잡으면서 현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4차 방정식 풀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 특히 김정은의 답방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결산이 끝나야 이뤄질 것 같다. |
◇박휘락 국민대 교수 -2018년은 말 그대로 ‘재앙의 해’였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건 아니다고 했다. 그리고 핵무기 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도 안했다.주변국과의 외교에 있어서도 발전한 게 없다. 한미 관계가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상당히 불안해졌다. 일본 관계도 레이더 문제로 위기 상태다. 중국이라도 우리에게 잘해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결국 주변에 우리 편이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북한 비핵화라도 잘됐으면 모르는데 그것도 없었다. 재앙 수준이다. 예전에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었다면 지금은 상황 인식에 대한 평가 자체가 완전히 나뉜다. 인식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의견 차를 좁히기도 힘든 상황이다. |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2018년은 ‘안보참사를 불러오는 시작의 해’였다. ‘강도가 가진 흉기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대문을 지키는 수위를 집 뒤로 보내고, 대문을 부셨다. 한국의 평화적인 안보 역량만 일방적으로 망가뜨린 셈이다. 그런데도 군사합의서엔 비핵화 관련 내용이 일언반구도 없다. 김정은 정권의 질이 바뀌지 않는 한, 대화와 협상으로 비핵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
◇신각수 전 주일대사 -2018년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내년에 북핵 폐기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건 한미동맹이다. 지금 방위비 분담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고, 북핵 해결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협상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아직 사드 보복 완전 철회 안된 상황이다. 올해가 한중 전략적동반자관계 10주년인데, 과연 양국 관계가 전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인지 의문이 남는다. 일본은 최악이고, 러시아와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서 불거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주변국 관계가 너무 꼬여 있다. 이런 부분이 내년에 풀려야 하는데 너무 남북 관계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아 우려된다. |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2018년은 ‘용두사미의 해’였다. 상황을 끌어가고 있다. 우리의 의도대로 끌고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즉 북한의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하는 방식으로 나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2018년은 ‘김정은 신드롬이 우리 내부에 구축되는 해’였다. 진행됐다. 남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연출하고 김정은의 페이스대로 남북간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내부에선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긍정적 이미지로 바뀌었다. 김정은의 서울답방을 환영하는 단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오겠다고 약속하더라도 갑자기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2018년은 ‘북한 바라기에 전념한 해’였다. 올해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있었다. 이와 동시에 미·중 사이에 패권을 둘러싼 분쟁도 있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번영을 이끌어온 대외환경이 상당히 달라졌다. 한국의 발전을 이끈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로 흐르는 등 대한민국에 중요한 대외 환경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너무 북한 바라기만 한 게 아니었나. 훨씬 더 중요하고 더 큰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 과연 남북 관계만 좋다고 해서 나머지 관계도 모두 좋다고 할 수 있는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
-2018년은 '한반도에 서광이 비추기 시작한 해'였다. 김정은은 올해 경제적으로 굉장히 무리했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돈을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때 북한 주민들의 인력을 동원하고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이런 것들이 부메랑이 돼 내년엔 북한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내년이 기대된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2018년은 ‘닫혀있던 북미 간 대화가 열린 해’라고 본다. 이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 간 대협상이 이뤄졌다. 문제까지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관계 개선까지 진지하게 논의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 새로운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북한은 올해 비핵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나갔다. 내년엔 영변 핵시설 폐기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폐기까지 논의하는 본격 협상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본다. 북미간 밀고당기기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8년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원년’이었다. 또 핵문제가 해결은 안됐지만 비핵화 논의의 출발점이 된 해였다. |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2018년은 외교안보 분야의 ‘우선순위를 잘못 정한 해’였다. 이걸 ‘민족공조’에만 초점을 둬서 핵 처리에 있어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 군사분야는 안보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했어야 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를 우리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해제해달라고 하는 걸 외국에서 어떻게 보겠나. 전체적으로 순서가 잘못된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
연속 게시물 :
[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3부④] (조선일보 2019.01.03) [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3부⑤] (조선일보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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