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30여 년간 학문의 길을 걷는 동안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만 서른이라는 나이에 교수로 임용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마주한 잊고싶지 않은, 잊어서는 안 될 순간들의 기록이다. 1부는 사람에 관한 것, 2부는 책과 문장에 관한 내용이다. 책을 펼치면 이덕무, 박제가, 정철조, 유만주, 김구, 피천득, 윤오영, 박목월, 이승훈, 그리고 한문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만난 스승들인 이기석, 김도련 등 저자가 존경했거나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과 문장들에 대한 느낌도 써놓았다. 저자의 인생론에도 눈길이 간다. 저자가 소개한 문장가들의 글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자에게 있어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는 '어린이가 울고 웃는 모습, 시장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팔며 흥정하는 모습, 심지어 사나운 개가 서로 다투고 고양이가 재롱떠는 모습에서조차 지극한 이치를 찾아내곤 하는' 사람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스승의 음성도 그립다. 스승은 그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사전을 찾아봐. 거기에 다 있어. 지금 찾아봐. 당장 찾아봐. 그것 봐. 거기 있잖아!" 매일 박카스 두 병을 나눠서 마시고, 볼펜은 늘 모나미를 쓰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맥주 두 병을 마시고, 노래방에서는 항상 '안개낀 장춘단 공원'만 부르는 이승훈 교수의 이야기도 재미 있다.
사람의 평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사람이건 책이건 간에, 좋은 만남은 나를 발전시켜 이전의 나와 구획지어 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읽어도 될 경쾌한 분량이니 부담이 없다. 책은 따뜻하고 잔잔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어디선가 향기가 나는 듯 하다. 삶의 자세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편하게 내용을 음미한다면 지친 일상에 힘이 솟고 마음이 맑아질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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