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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특권이 불러온 교육 불평등

바람아님 2019. 9. 7. 16:09

(조선일보 2019.09.07 우석훈 경제학자)


[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특권이 불러온 교육 불평등

우리 아이들


우석훈 경제학자우석훈 경제학자


청문회 정국으로 정신 사나워서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페이퍼로드)을 집어 들었다.

퍼트넘은 하버드 대학 교수이고, '나 홀로 볼링'이라는 책 하나로 단번에 사회과학계의

록 스타가 된 사람이다. 클린턴 시절 백악관에 초청받았고, 미국 대통령에게 조언하게 되었다.

내가 만난 서양 학자 중에서는 가장 선하다는 느낌을 준 사람이다.

사람이 이렇게 담백하고 착해도 되나 싶었다. 책의 느낌 그대로였다. 반했다.


책을 설렁설렁 읽는데, 문장 몇 개가 빛의 속도로 가슴을 파고들어 왔다.

"특권적인 배경을 가진 아이들 하나하나는 대학 입학 사정관에게 호감을 살 수 있고 미래의 고용주를 감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을 학습해왔다.

우리가 만났던 가난한 배경의 아이 중에서는 이와 유사한 지원의 혜택을 본 아이가 하나도 없다.

타고난 능력이 무엇이었든 간에 말이다."


'우리 아이들'우리 아이들


부자 학교에서 엄청나게 좋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가난한 동네에서

그렇지 못한 학교와의 차이에 대한 얘기다. 미국이 원래 이런 것은 아니었다.

퍼트넘 어린 시절의 자전적 서술은 비교적 공평했던 50년대와 그 차이가 극명해진

최근 미국의 사례 사이에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학교가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부자 동네냐 아니냐, 이런 게 학생들의 삶과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퍼트넘의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의 이혼율 통계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대학을 졸업한 부모를 둔 자녀가 한부모 자녀일 확률은 6~7% 정도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부모의 경우는 한부모 자녀 확률은 60~70% 가까이 치솟는다.

가정과 공동체가 붕괴한 가난한 동네와 안전하게 유능한 대학생으로 성장하는 부자 동네의

얘기는 미국판 '두 도시 이야기'처럼 그로테스크(grotesque 기괴하다-외관이나 분위기가 괴상하고 기이하다)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강남 얘기와 다를 게 없다.


퍼트넘의 여러 가지 제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난한 동네의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자는 얘기다.

사실 그렇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지원금을 몇 배로 늘리면 좀 문제가 완화될 것 같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좋은 대학에 지원을 늘릴 게 아니라, 지방의 어려운 대학에 왕창 지원금을 주면 대학 서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장관 청문회 하나 거치면서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사법 개혁보다 교육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거 아닌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퍼트넘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기회에, 진짜 뭐 좀 바꾸자!

교육 불공평이 더 버틸 수 없는 극한까지 왔다.



우리 아이들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페이퍼로드/ 2016/ 486 p
334.21-ㄹ522ㅇ/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저자 로버트 D. 퍼트넘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포트클린턴에서 미 전역 방방곳곳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가정과 아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동시에 그들이 처한 현실을 엄밀하게 분석한다.



나 홀로 볼링 : 볼링 얼론-사회적 커뮤니티의 붕괴와 소생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승현 옮김/ 페이퍼로드/ 2009/ 718p
330.924-ㅍ25ㄴ/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더불어 함께' 모여 볼링 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

하지만 로버트 D. 퍼트넘 하버드 대학교(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런 작은 방식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미국인들이 서로서로 다시 사회적 연계를

맺어야(38p), 미국 사회의 '공동체가 소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 책이 간단명료한 주장이다. 




불로그내 같이 읽을 거리 :


[김기철의 시대탐문] [6] 사회학자 이재열 서울대 교수
(조선일보 2020.01.29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해외선 산업·민주화로 한국 칭송, 내부엔 불신·불만·불안 가득
권력층이 앞장서 기성 제도 공격… 현대사 부정하는 교육도 한몫
폐허서 일군 성공 역사 일깨워야

http://blog.daum.net/jeongsimkim/39649


[기고] 산업혁명 종주국 영국이 '멘털 캐피털(Mental Capital ·정신적 자본)'에 꽂힌 이유
(조선일보 2020.01.28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미술사 박사)
http://blog.daum.net/jeongsimkim/39636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공원과 스타벅스의 차이
(조선일보 2019.12.20 유현준 홍익대교수·건축가)
서울은 돈 많으면 스타벅스, 적으면 빽다방
부자와 가난한 자, 한 공간 있을 가능성 낮아
뉴욕은 센트럴파크 산책, 브로드웨이 벤치…
경제적 배경 상관없이 공통의 추억 만든다
도심 속 소셜믹스는 '익명의 공간'서 이뤄져야
바둑돌 놓듯 몇 수 앞 보고 중요한 곳에 만들라
http://blog.daum.net/jeongsimkim/39123 


[유현준의 도시이야기]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비결 (조선일보 2018.10.25)
우리 도시는 공짜로 머물 만한 공원·벤치 등 휴식처 적으니 공유할 추억 없이 분열만 가속
전철역 근처에 공원 조성하고 옆 동네로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소통·융합 일어나 '뜨는 길' 될 것
http://blog.daum.net/jeongsimkim/33303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9] 체임버 매직
(조선일보 2019.12.12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http://blog.daum.net/jeongsimkim/39005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1] 벤치의 매직
(조선일보 2019.12.26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http://blog.daum.net/jeongsimkim/39236 


[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특권이 불러온 교육 불평등 (조선일보 2019.09.07 우석훈 경제학자)


나 홀로 볼링 : 볼링 얼론-사회적 커뮤니티의 붕괴와 소생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승현 옮김/ 페이퍼로드/ 2009/ 718p
330.924-ㅍ25ㄴ/ [정독]인사자실/ [강서]2층


'더불어 함께' 모여 볼링 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

하지만 로버트 D. 퍼트넘 하버드 대학교(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런 작은 방식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미국인들이 서로서로 다시 사회적 연계를 맺어야(38p),
미국 사회의 '공동체가 소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이 책이 간단명료한 주장이다.
http://blog.daum.net/jeongsimkim/37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