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0.10)
조국 법무장관 동생 조권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재단 웅동학원의 교사 채용을 둘러싸고 돈 전달 심부름을 했던 종범(從犯) 2명은 구속하고,
정작 2억원을 받은 주범(主犯)인 조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한 것이다.
조씨 영장을 심리한 판사는 "주요 범죄(배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고 광범위한 증거 수집이 이미 이루어진 점,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피의자 소환조사,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하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형
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고 구속 여부는 유무죄와 상관이 없다.
그러나 피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을 때, 범죄 혐의가 상당할 때는 구속해
수사를 계속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장 기각은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이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돈을 준 사람보다 돈을 받은 사람을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돼 있다.
조씨는 돈 심부름을 한 종범들에게 증거를 없애고 외국으로 도망가라고 사주한 혐의도 있다.
구속심사를 피하려고 하루 전날 허리디스크 수술을 핑계로 꾀병을 부리다가 서울로 압송되자 구속심사를 포기한다는
심문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통상 심사 포기는 구속을 피하기 힘들다고 스스로 판단한 혐의 인정인 경우가 많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지난 3년간 구속심사 불출석 사건 32건의 구속영장은 100% 발부됐다.
유일한 예외가 조국 동생에게서 발생했다. 전 대통령, 전 대법원장도 못 피한 공개 소환을 조국 아내부터 피할 수 있게 됐다.
피의자가 아프다고 그냥 집에 가는 일도 벌어졌다.
왜 이런 특혜와 반칙은 조국 가족에게만 일어나는가. 전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법원 스스로 법원에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조국 아내 정경심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사모펀드 운용사와 투자사 대표에 대해서도
조씨와 비슷한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 사람은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었다.
지난해 '사법농단' 수사 당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법원 수뇌부가 꼭 집어 영장전담 판사로 투입한 인물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처음으로 발부해 강제 수사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판사가 조국 일가 관련 사건 관련자 영장은 모두 기각시키고 있는 것은 우연인가.
앞으로 조국 장관에 대한 기소도 만만찮을 것이고 기소가 이뤄져도 재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리 웅동학원 허위 소송이나 사모펀드, 교사 채용 뒷돈 수수 등 온갖 비리 의혹에 대한 기소가 이뤄져도
'돈 전달자는 구속하고 돈 받은 주범은 불구속'하는 판사가 재판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나.
이 영장 기각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권 남용의 방관자"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판사들을 압박하는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파렴치와 위선, 철면피, 범죄 혐의자가 정권 세력의 총체적 압박과 작전에 힘입어
'장관'이라고 유유히 돌아다닌다면 국민의 분노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김창균 칼럼] "조국처럼 깨끗한 사람을…" 어이없고 무섭다 |
조국 一家 사방 널린 의혹과 거짓말·은폐·수사 외압까지… 조국 사태는 본인 자초한 것
'조국 사태'는 검찰이 만든 게 아니다. 검찰 수사 훨씬 전부터 의혹이 쏟아졌다. 정부에 비판적인 한두 언론이 발굴한 것도 아니다. 이 신문 저 방송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특종이 터졌다. 언론이 조국을 낙마시키려고 죽기 살기로 파헤친 것도 아니다. 조국 일가의 일탈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낚싯대만 던지면 월척이 걸렸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머리기사 거리가 열 손가락을 두세 번 다시 꼽아야 할 정도로 많았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장관을 하겠다고 나섰던 후보자 중에 조국같이 흠결 많은 사람은 없었다. 역대 최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조국과 비교 가능한 다른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조 장관과 아내의 의혹 부인이 거짓말로 판명 난 일, 의혹을 은폐·조작하려다 들통난 일도 부지기수다. 법무장관이 자기 집을 압수수색하는 검사와 통화하며 "신속하게 끝내달라"고 주문한 상식 밖 처신도 드러났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조 장관이 물러났어야 할 국면이 최소한 열 번이 넘었다. 대한민국의 역대 다른 정권에서도 조국 법무장관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조국에게 장관 임명장을 줬다. 의혹이 산더미 같은 후보자를 장관에 앉히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조 장관이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한 것을 국무총리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 장관을 질책한 것이고 그게 상식이다. 다음 날 나온 대통령 특별 발표는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회초리는 조국 대신 검찰을 향했다. 8·9 개각 이후 두 달이 흘렀다. 조국을 감싸 안은 문 대통령은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30%대 국정 지지율 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가 '문재인 사태'로 번지는 예광탄이다. 총선을 앞둔 정권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문 대통령은 도대체 왜 이런 자해행위를 하고 있나. 조국 민정수석 때 약점을 잡혔나, 아니면 조국 가족의 수상한 사모펀드 거래 속에 정권 차원의 비리가 숨겨져 있는 건가…. 여기저기서 불온한 음모론을 쑥덕거린다. 이른바 '문빠'들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조국 일가의 의혹에 눈 감고 귀 막았다. 보지도 듣지도 믿지도 않으려 한다. "다들 조국처럼 살아왔는데 왜 조국만 때리냐"고 한다. 어이가 없다. 조국 같은 반칙왕을 어디서 봤다는 건가. 어떤 지지자는 "조국처럼 깨끗한 사람이 없다. 그래서 검찰이 사돈에 팔촌까지 턴다"고 주장한다. 조 장관 부부와 부모, 그리고 동생 부부는 웅동학원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사기 소송과 위장 이혼 수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 아내와 자녀, 처남과 그 자녀, 그리고 조카는 권력형 비리 냄새가 나는 사모펀드 운영과 투자에 총동원됐다. 이처럼 본가와 처가 전체 구성원이 고구마 줄기처럼 얽혀 있는 경우는 검찰에도 낯설 것이다. 검찰청사 앞에서 아우성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전야 헌법재판소 앞에서 울부짖던 친박들을 떠올리게 한다. 겉모습은 닮았지만 처지는 딴판이다. 그때 친박이 주군의 처형을 막으려 몸부림치고 있었다면 지금 친문은 민심에 어깃장 놓는 오만한 군주를 응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지방 권력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는 울트라 수퍼 파워다. '윤석열 검찰'도 '김명수 법원'도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았다. 탄핵 트라우마에서 허우적거리는 야당은 여전히 지리멸렬한 상태다. 조국 사태 전까지 언론 환경도 친(親)정부 성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대통령과 집권 세력, 그리고 지지층이 방어 불능인 조국을 지키고 감싸려다 스스로 궁지에 몰린 것이다. 그래 놓고 '조국 사태'가 검찰과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합작한 거대한 조작이라고 우긴다. 3대 거악(巨惡)이 뭉쳐서 약하고 의로운 문재인·조국을 탄압하는 것처럼 연극을 한다. 유튜브에선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화면 속 조국과 '홀로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광경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며 울먹이는 대목은 '조국 그리스도'가 겪는 고난에 동참하는 신도들의 모습 그대로다. 집권 세력과 지지층이 파렴치한 위선자를 지키겠다는 '조국 수호 투쟁'을 벌이는 까닭을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헤아릴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광경이다. 의식구조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운명을 2년 반 더 맡겨야 한다니 무섭고 섬뜩하다. |
작년 8월 영장전담판사로 추가배치된 명재권… 적폐 관련은 줄줄이 영장, 조국 3건은 다 기각 |
[조국 게이트] 명재권 판사의 주요 영장 발부·기각 사례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52) 판사는 9년간 검사로 근무하다 2009년 판사로 전직한 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로 임명됐다. 검사 출신으로 중요 사건의 영장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법원 내부에서도 그를 임명한 배경을 궁금해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가 영장 전담이 된 작년 8월은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가 한창이던 때였다. 그가 투입되면서 본래 세 명이던 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는 네 명이 됐다. 당시 중앙지법은 "영장 전담 재판부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전직 대법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돼 검찰이 강하게 반발할 때였다. 이 때문에 검사 출신인 그를 영장 전담으로 배치한 데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그를 배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를 영장 전담으로 배치한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민 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실제 명 판사는 부임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그때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한 영장 발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다. 명 판사는 지난 1월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전직 대법원장 구속은 처음이었다. 명 판사는 영장 심사 법정에서 피의자에게 많은 질문을 하지 않는 과묵한 성향이지만 영장 발부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건에선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조국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 이모 대표, 코링크PE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인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두 사람이 주범(主犯)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대표의 경우 해외 도피까지 했던 전력이 있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청구된 6건의 구속영장 중 기각된 세 건이 모두 명 판사 담당 사건이었다. 한 변호사는 "명 판사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갖고 영장 판단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모양을 보면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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