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바뀌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영화 ‘원더’ |
집단따돌림에 가담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2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지만 반 친구들과 금방 어울릴 수 있었다. 같은 날 여자아이 한 명도 전학 왔다. 순이(가명)라는 친구였다. 동시에 전학을 와서인지 나는 그 아이와 나란히 앉게 됐다. 순이는 나와 달리 친구를 전혀 사귀지 못했다. 뚱뚱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은 대체로 짓궂은 법이어서 놀려대기 십상인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순이를 못살게 구는 무리가 있었다.그게 문제가 돼 순이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왔다. 그날 나는 순이 어머니로부터 “네가 짝꿍이니 잘 좀 돌봐 달라”는 당부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순이와 어울렸다 나까지 따돌림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
영화 ‘원더’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우리 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 나온다. 선천적 안면 기형을 치료하느라 오랫동안 홈스쿨링을 하던 어거스트는, 이러다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부모의 염려에 따라 인근 초등학교에 편입한다. 하지만 우려했듯 어거스트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깊은 상처를 입고 만다. 가해한 아이들의 부모조차도 어거스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행스러웠던 건 그들에게 ‘외모는 바뀌지 않으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는 거다. 영화의 원작 소설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친절이란. 참으로 간단한 일.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던져 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 우정 어린 행동. 지나치며 한 번 웃어 주기.”
단지 외모만 따지며 나도 누군가에게 별생각 없이 상처가 될 말을 한 건 아닌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 말을 다시금 새겨본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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