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출산율은 1.42명이다. 2015년 1.45명에서 3년 연속 출산율이 하락하자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인구 1억 명이 붕괴된다”며 근심에 빠졌다.
한국 출산율인 0.98명과 비교하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닌 듯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해외 인력을 수입할 지경에 이르는 등 산업·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일본의 근심은 깊다.
이에 정부 기관과 기업이 힘 모아 단체 미팅을 주선하며 젊은 남녀 시집장가 보내기에 열을 올리지만 ‘사토리 세대(득도·得道)’들은 “혼자서도 괜찮다”, “무리해 결혼할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사토리 세대(득도·得道)’는 199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돈, 연애, 집, 차 등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단순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 연애·결혼 안 하나”라는 질문에 “아닌데요”
혼인율이 제자리걸음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결혼하기 싫은 건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결혼 적령기인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의식조사’를 벌이면 ‘결혼하겠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에게서 80%로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79%) 들어서도 변함없는데 지난 6일 일본 취업포털 커리어넷이 성인남녀 618명으로 의식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2009~2014년 80%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1∼2%포인트 하락한 정도다.
성별로는 남성 74.2%, 여성 79.1%가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중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남녀)이 21.8%에 달했으며 결혼하고 싶은 연령대는 남녀 모두 ‘25세’(남성 21.4%, 여성 26.5%)였다.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65.9%에 이르는 등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지만 혼인율과 출산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2~3년 전까지 ‘결혼 미스매치’가 원인으로 지목되며 남성이 바라는 것과 여성이 바라는 것이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으로 경제적 부분인데 이 점만 놓고 보면 여성은 안정된 직장에서 고수입을 올리는 남편감을 선호하는 반면 현실 속 남성들은 이런 여성의 기대치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이러한 현실을 느끼고, 사실상 완전고용이 이뤄져 남성들의 경제 상황이 나지는 등의 변화로 앞선 분석이 다소 힘을 잃게 됐다.
여성지 위드(With)가 미혼인 구독자 여성들을 대상으로 ‘결혼 상대 남성의 희망 수입’을 조사한 결과 500만엔대가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0~700만엔 18%, 300만엔 16%, 400만엔 14%로 평균소득 포함해 이보다 낮은 연봉 수준을 바란다는 의견이 57%로 나타났다. 800~1000만엔 이라고 답한 비율도 25%로 여전했다.
2017년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민간 급여 실태 통계 조사‘를 보면 일본 근로자의 연평균 소득은 532만엔(약 5576만 9560원)이다. 여성들에게서 “남편 수입은 높을수록 좋다”는 의견도 많지만 평균소득 포함해 이보다 낮은 수입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을 보인 것이다.
결혼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 중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인 부분의 이상 차가 좁혀졌지만 사토리 세대인 지금 2030은 결혼하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 데이트하면서 상대 기분을 신경 쓰고 때론 희생도 감수해야 하는 등의 과정이 “귀찮다”거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과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드러났다.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추오대 문학부 교수가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젊은 세대의 탈(脫)연애’를 분석한 결과 앞선 조사에서처럼 결혼 의사는 80%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결혼을 위한 연애에 관해서는 55%만이 이성 교제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유는 “혼자인 지금이 좋기 때문에”가 40.8%로 가장 많았고 ‘이성 교제가 귀찮다’는 응답도 32.1%나 됐다.
또 “혼자인 지금이 좋기 때문에”라는 의견 중 세부항목으로 “혼자서도 즐길 거리가 많다”는 답변이 있었다.
이들은 경제적 부담을 언급하면서 혼자 좋아하는 일이나 다양한 즐길 거리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지만 연애는 상대 의견과 일치해야 하는 등 그렇지 못하거나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설문은 대학생부터 직장에 다니는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했다. 연령이나 성별 등 사람마다 혼자 즐기는 일들은 다양하지만 ‘혼자 즐기는 게 좋다’는 생각은 같다.
윗글은 관련 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이다. 지난해 10월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가족상과 가사·육아 분담 등을 연구한 츠츠이 준야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며 “이는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전국 가족 조사 패널 연구(NFRJ)가 조사한 ‘배우자 만족도 전망치’도 유사한 모습이다. 만족도 하락은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 후 늘어나는 부담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여성의 경우 독신 때와 비교해 가사, 육아, 남편·자녀 뒷바라지 등 책임과 의무가 크게 증가하고 결혼생활 내내 이어진다.
장기침제된 경기를 직접 경험하며 자란 득도한 세대들이 돈이나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결혼으로 발생하는 복잡함 대신 단순하고 편안한 삶을 살려는 경향과 혼자서도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긍정적인 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변함없다는 점이다. 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돌리냐가 일본이 고민하는 저출산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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