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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02] 대웅전을 불태운 수행자의 번뇌망상

바람아님 2021. 3. 11. 07:20

조선일보 2021. 03. 10. 03:02

 

나를 태워 죽일지도 모를 불이 금각도 태워 없앨 거라는 생각은 나를 거의 도취시켰다. 똑같은 재앙, 똑같은 불의 불길한 운명 아래, 금각과 내가 사는 세계는 동일한 차원에 속했다. 나의 연약하고 보기 흉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금각은 단단하면서도 불타기 쉬운 탄소의 몸을 지니고 있었다. 도둑이 보석을 삼켜서 숨기고 달아나듯, 내 몸속에 금각을 숨겨 도망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중에서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사의 대웅전이 화재로 전소되었다.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한 수행자가 방화를 자백했다. 마음을 다스려 큰 지혜를 얻겠다며 머리 깎고 속세를 떠났을 텐데 남이 좀 서운하게 했다고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수행처에 불까지 질렀다니, 아둔한 중생은 그 마음이 쉽게 헤아려지지 않는다.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3/10/PKS42BVMC5GO3K3SNQBSTKGBA4/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02] 대웅전을 불태운 수행자의 번뇌망상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02] 대웅전을 불태운 수행자의 번뇌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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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저자        미시마 유키오 | 역자 허호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 2017.4.7.

페이지수   408 | 사이즈 129*190mm

판매가      서적 11,700원 e북 8,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