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3. 5. 6. 00:29
「 친일, 친한 오해 사면서까지도
세론 따르는 편리한 입장 서지 않고
신념 따라 옳다고 생각한 일 실천
제2의 김대중, 와카미야 있는지
」
수년 전 타계한 와카미야 요시부미( 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주필은 테니스 친구였다. 실력은 별로였지만 시합은 열심이었다. 어느 날 테니스를 마치고 저녁을 함께하면서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설을 쓰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물론 그는 난색을 보였다. 나는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설득하였다. 일본이 군국주의 척결을 앞세우면서 다른 곳도 아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독도는 일본의 군사적 팽창의 상징과도 같은 섬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이런 주장으로 한 민족의 나쁜 감정을 살 뿐 일본에 이득이 되는 일은 없다. 독도는 우리에게 국익(national interest)의 문제만이 아니고 민족의 윤리(national ethics)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흔히 친일이란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하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본의 천황을 일왕이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그 나라 사람들이 천황이라고 하면 우리도 그에 따라 천황이라 부르는 것이 정상적인 처사 아닌가. 구태여 일왕이라 부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독도 문제에 관하여서는 우리가 너무 과잉 반응을 한다는 말도 자주 했다. 현재 일본에게 빼앗긴 것도 아니고 우리가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에 관하여 일본이 법적인 주장을 한다면 외교부가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옳다.
김대중은 친일이었는가. 국빈 방일 때 옛 스승을 만나 “도요타 다이쥬입니다”라고 인사했다는 것을 트집 잡아 그를 친일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숙소인 호텔 방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현직 중의원 의장을 포함, 전직 총리들도 다수 참여하였다. 그 자리에서 김대중은 통역을 물리고 일어로 긴 발언을 하였는데 마치 스승의 나무람을 듣는 제자들의 모임과 같이 숙연한 분위기였다. 일본의 지도자급 중진 혹은 원로 정치인들이 한마디의 반론은 물론 아무런 이의를 달지도 않고 모두 깊이 반성하는 모습으로 말씀을 듣는 것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우리가 그런 분들을 편리하게 “친한”이니 “친일”이니 불렀을 따름이다. 지금 한일 양국에 과연 제2의 김대중, 제2의 와카미야가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https://v.daum.net/v/20230506002924077
[선데이 칼럼] 김대중과 와카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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