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8. 9. 23:45
사과 정물화로 유명한 폴 세잔은 1870년대 중반부터 야외에서 수영하거나 목욕하는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목욕하는 사람’(1885년·사진)도 그중 하나다. 한여름 대낮, 속옷만 입은 소년이 얕은 물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는 더위를 식혀줄 물속에서 오히려 의기소침해 보인다. 화가는 소년을 왜 이런 모습으로 그린 걸까?
사실 이 그림은 19세기 전통 미술 관점에서 보면 엉망진창이다. 젊은 남성을 그릴 때, 근육질 몸매와 이상적인 비율을 강조하던 관습을 완전히 깬다. 소년은 두 손을 엉덩이에 얹고 눈을 내리깐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경제적 자립도 못 한 미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일 터. 이 그림이 중년 세잔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읽히는 이유다.
https://v.daum.net/v/20230809234506861
미성숙한 중년[이은화의 미술시간]〈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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