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朝鮮칼럼] 좌파는 말로 일하고 우파는 일로 말한다

바람아님 2023. 10. 13. 07:02

조선일보 2023. 10. 13. 03:20(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근면혁명’이 세운 대한민국
2000년대 이후 뒤집혀
386 권력이 만든 이념의 시대
상식·과학 거의 무너져
하지만 언제까지 야당 탓만 할 건가
자유·시장·애국주의 말은 옳지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발품 파는 민생이고 실용주의다

벨 에포크(Belle Epoque)란 한 나라의 ‘아름다운 시절’을 회고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전쟁 없는 평화기에 국민 대다수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 문화적 융성을 구가하던 일종의 ‘태평성대’다. 주로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의 프랑스를 지칭하나 그 무렵 많은 서유럽 국가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상대적이긴 하나 모든 나라 역사에는 나름의 벨 에포크가 있다. 인생으로 치면 삶이 꽃이 되어 빛나는 순간, 곧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나 할까.

개인적 생각에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벨 에포크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의 10년 정도다. 우선 탈냉전 시대 남북한 국력 격차 심화와 함께 전쟁 공포가 크게 줄었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하며 고도 대중소비 시대가 시작되었고, 6·29선언 이후 민주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88올림픽을 전후하여 세계화의 빗장 또한 활짝 열렸다. ‘3당 통합’이나 ‘DJP 연합’ 등을 통해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정치 본연의 존재 이유가 돋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시대정신은 그 이전 대한민국의 성취를 통째 부정하며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했다. 이른바 386 집단의 정치권력화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는 이념의 시대가 도래했고 그 절정이 바로 지난 정부 때였다. 좌파·진보 이념은 포퓰리즘과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의 ‘디폴트’(default, 기본값)로 굳어졌다. 사실 문재인의 평화와 조국의 정의, 이재명의 민주는 사전상의 본래 뜻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과 원칙, 맞고 틀림에 대한 상식과 과학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집권 3년 차에 다가서는 윤석열 정부가 언제까지나 과거 탓, 야당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의 발언에 이념이나 가치 관련 언급이 부쩍 많아지는 모습은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필요하다면 ‘악마’의 손도 빌리고 ‘지옥’까지도 발품을 파는 실용주의만이 지지율 1%라도 올리고 총선에서 의석 하나라도 늘린다. 강대강 이념 프레임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더 무섭다. 통상 좌파는 말로 일하고, 우파는 일로 말한다. 우리의 추억 속 벨 에포크가 그렇게 만들어졌듯이 말이다.


https://v.daum.net/v/20231013032014931
[朝鮮칼럼] 좌파는 말로 일하고 우파는 일로 말한다

 

[朝鮮칼럼] 좌파는 말로 일하고 우파는 일로 말한다

벨 에포크(Belle Époque)란 한 나라의 ‘아름다운 시절’을 회고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전쟁 없는 평화기에 국민 대다수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 문화적 융성을 구가하던 일종의 ‘태평성대

v.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