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2. 10. 04:30
<154>‘참교육’ ‘사이다’가 시대정신인 세상에서 회복적 정의 말하기
강사 업계 최고 포상은 무엇일까. 높은 강의 만족도 평가? 고액의 강의료? 빠른 입금? 물론 모두 두 팔 벌려 환영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포상은 강의가 끝난 후 참여자가 강사에게 다가와 질문을 하거나 따뜻한 응원을 남기는 것이었다. 착한 척, 순수한 척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 진귀한 경험을 두 번이나 했다. 해당 강의 수강생들은 모두 법원에서 교육 수강명령을 받아 그 자리에 오게 된 성범죄 가해 청소년이었다......지난해에는 ‘자신이 여기 오기 전에 이런 교육을 들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소감을 남긴 학생이 있었고, 올해는 다른 학생들이 밥을 먹으러 우르르 나가는 동안 묵묵히 기다렸다가 슬쩍 다가와 진심을 담아 "정말 인상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해준 학생이 있었다.
참교육과 사이다, 정의구현이라 이야기되는 ‘단죄’가 시대정신인 세상이다. 잘못하면 죗값을 치러야 하며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는 사적 제재마저도 용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처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행동에 따른 응당한 책임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수위는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우리 일상에서는 사법적 처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더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이런 방식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처벌만 이야기하느라 방치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과오를 딛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그 소년들을 위해서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마지막 한 명까지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https://v.daum.net/v/20240210043010016
처벌과 단죄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젠더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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