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관 ‘행위의 실행-도서관의 54개 책상’(2009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도서관 모습이다. 바둑판 같은 바닥 위에 책상들이 말끔하게 정렬돼 있다. 사람들은 책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거대한 공간 속에 잘 정돈된 책상과 사람들은 마치 미니어처 속의 세상 같다. 사진가 권순관이 연출해 카메라에 담은 도서관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 가면 의지를 불태운다. 책상 위 한 사람 한 사람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자 보이지 않게 발버둥 친다. 그런데 작가가 만들어 낸 도서관 모습에서 사람들은 책상에 붙어 있는 작은 인형처럼 보인다. 책상이 주인공이고, 거기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작가는 아무리 잘난 체 해도 결국 거대한 도면 위의 한 부분으로 전락해가는 인생의 단면을 이렇게 보여주고 있다.
신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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